[사설]국회에 또 기업인 불러 ‘無益한 공방’ 벌일 건가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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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정감사철이면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불러내는 구태(舊態)가 올해도 반복될 모양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이른바 ‘뉴딜’을 제안한 열린우리당이나, 입만 열면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이나 기업인 증인 채택에 관해서만은 ‘한통속’이다. 국정을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기업을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추진하는 기업인은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열어도 될 판이다. 이들 가운데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나 재판 계류 중인 사건에 관련된 기업인도 있다. 국정감사법 8조는 계류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는 감사나 조사를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법률조차 어기면서 증인을 채택하려 하는 셈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상대로 검찰 조사나 언론 취재 이상의 진실을 캐내 기업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증인에게 무책임한 폭로성 질의를 장황하게 던져 놓고는 시간이 없다며 답변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는 행태가 이번이라고 사라지겠는가.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연루된 대형 스캔들이 아니면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우려 때문이다.

지난날 기업인 증인 채택은 정치자금 거래의 어두운 관행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증인에게 호통을 치거나,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위협만 해도 ‘효과’가 나타났다. 상임위 간사들끼리 야합해 특정 기업인을 증인에 넣거나 빼 주며 은밀한 거래를 한 일도 있다. 국회의원이 재벌 회장을 증인에서 빼 주고 뇌물을 받아 기소된 경우도 있고, 해당 기업의 하도급 공사 같은 이권에 개입한 사례도 있다.

새롭게 밝히는 것도 없는 ‘기업인 족치기’가 국민에게 도움 될 것은 없다. 기업들이 국감 준비에 매달리느라 낭비하는 에너지와 비용의 상당 부분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쓸데없이 국가 신인도(信認度)까지 떨어뜨리는 국민적 자해(自害)가 될 수도 있다. 국회의 기업인 때리기를 구경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에는 경제가 너무 나쁘다. 기업인들을 위축시켜서 국민이 얻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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