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 사람]이종격투기 K-1 ‘KO 데뷔’ 최용수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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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벽에 ‘투혼’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프로복싱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으로 이종격투기 K-1 데뷔전을 치른 최용수(34).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잃은 뒤 8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링 주위를 맴돌아야 했다. 아마 ‘투혼’은 이런 자신에 대한 채찍이었을 것이다.

말수 적은 그의 취미는 낚시. 스타일은 끈기의 파이터형. 침묵 속에 때를 기다리는 승부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링 위에 돌아오기까지가 쉽지만은 않았다.

●1998년 WBA 챔프 타이틀 잃고 8년 만에 링 복귀

그는 1998년 8차 방어에 실패한 뒤 5년 만인 200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페더급 챔피언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어지는 생활고. 그는 링 밖에서 인조석을 납품하는 트럭을 몰기도 했고, 버스 운전사 모집에 응모하기도 했다. 이력서에 세계 챔피언이라는 경력을 썼더니 사람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큰 버스보다 마을버스부터 몰아 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시 준비한 그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해 16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스웨덴의 무아이타이 챔피언 드리톤 라마(23)를 1회 KO로 물리치고 화려하게 링에 복귀했다.

30대 중반의 격투기 선수. 그러나 이제 출발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칸 짐’ 체육관에서 몸을 풀고 있던 그는 “운동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 건성건성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출신 박용수(25) 등과 함께 이종격투기 훈련을 하고 있는 그는 “아직 발차기 등에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고 말했다.

“복싱도 자세를 잡는 데만 1년이 걸리는데 이종격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발차기는 방어 기술 위주로 훈련했습니다. 상대에게 발차기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빠르게 바싹 붙어서 복싱 기술로 경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는 “전성기의 체력이나 기량을 100으로 본다면 지금은 30 정도 되는 상태”라고 했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날 그는 어머니 생각이 나서 링 위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운동하는 것 자체가 불효였다. 그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려 했다”며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그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체력-기량 예전의 30%… ‘새로 가는 길’ 후회 안해

지난해 이종격투기 진출 제안을 받은 그는 “이제 가드도 안 올라간다”며 “체력과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바꿨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까지 가서 전문가에게 집중적으로 이종격투기 트레이닝을 받고 왔다.

비슷한 듯하지만 복싱과 K-1은 아주 다른 길이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글러브를 끼었다. 그는 “서로 치고받고 하는 것은 똑같지 않으냐”며 투지를 보이다가도 “K-1 선수들의 복싱 기술이 좋아 아무리 챔피언 출신이라도 마음 놓을 수 없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최용수는…

△1972년 8월 20일 생 △176cm, 65kg △1993년 주니어라이트급 한국 챔피언 △1995년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빅토리아 우고 파스(아르헨티나)에게 10라운드 TKO승 △1998년 8차 방어 실패. 하다케야마 다카노리(일본)에게 12라운드 판정패 △200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페더급 재도전 실패. 시리몽꼴 싱마나삭(태국)에게 12라운드 판정패 △프로복싱 통산 34전 29승(19KO) 1무 4패 △2006년 1월 K-1 진출 선언 △2006년 9월 K-1 데뷔전 승리. 드리톤 라마(스웨덴)에게 1라운드 KO승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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