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軍 정보력 현실 보여준 ‘497km 오차’

  • 동아일보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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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엔 대포동2호가 490여 km를 비행했다고 하더니 뒤늦게 발사대 2km 안팎의 지점에 떨어졌다고 하니 무엇이 진실인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 내 브리핑룸. 7월 5일 북한이 발사한 7발의 미사일 중 대포동2호에 대해 합동참모본부가 최종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대포동2호가 40초간 정상비행했으나 발사대에서 2km 안팎의 해안과 내륙에 떨어졌다는 것.
하지만 합참은 북한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7월 6일에는 대포동2호가 42초간 정상궤도를 비행하다 갑자기 이탈해 6분여간 관성으로 비행한 뒤 해상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총비행시간은 7분이고 비행거리도 499km라는 게 합참과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70여 일 만에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데 대해 합참 측은 “당시는 제한된 첩보에 근거해 분석했으며 이후 다양한 출처의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수정치를 산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분석 기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군의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6일 우리 군의 최초 발표가 나오던 같은 시점에 일본 언론들은 대포동2호가 발사 직후 생긴 이상으로 폭발, 발사장 수 km 내에 추락했다고 보도하는 등 우리 군 발표와는 다른 정보가 속속 공개됐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가 15일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본 방위청 장관이 대포동2호가 공중분해돼 발사지점 근처에 추락했다고 발표하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뒤늦게 일본 발표를 그대로 확인한 것이다. 일본의 공식 발표가 없었다면 합참이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했을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북한 미사일은 유사시 3∼5분 내에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다. 당연히 철저한 분석과 정보수집이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 제한됐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분석에 따라 497km의 오차가 생겼다는 것을 어떻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군 당국이 201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자주 군대’가 되겠다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국민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이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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