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인생설계’ 위한 자산분배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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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까지 사실 계획이십니까?”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이사는 만나는 사람마다 대뜸 이렇게 물어 본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의아해하면서 “대충 80까지 살겠죠”라고 대답하면 오 이사의 ‘협박’이 시작된다. “60세쯤 은퇴하면 나머지 20년 동안은 어떻게 먹고살 계획입니까? 그보다 더 오래 살면 어쩌실 거지요?” 열이면 열, 여기서 대답이 막힌다.

‘글쎄, 내 나이 70세에 과연 내가 뭘 먹고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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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생각했던 불안감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사람들은 드디어 인생을 설계해야 하고 재무 설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재무 설계의 제1 원칙은 ‘재무 설계는 이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무 설계에는 ‘인생 설계’라는 바탕 도면이 있어야 한다.》

▼목표에 맞게 주머니를 나눠라▼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평생 투자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주머니를 세 개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작정 ‘돈을 모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목표에 맞게 주머니를 나눠 놓으라는 것이다.

우선 6개월∼1년 이내에 꼭 써야 할 돈은 ‘저축 주머니’에 넣는다.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 보전이 확실하고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는 주머니를 말한다.

두 번째는 ‘트레이딩 주머니’다.

이 주머니에 넣은 돈은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돈이다. 쉽게 말해 다 날려도 괜찮은 돈이어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위험이 높은 선물과 옵션에도 투자할 수 있는 주머니다.

따라서 전체 재산의 20% 이상은 넣지 않는 게 좋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주머니는 ‘자산 주머니’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 그리고 자녀 교육을 위해 마련해 놓는 주머니다.

이 주머니는 꾸준한 투자로 채워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평생 투자한다는 기분으로 주머니를 채워 나가야 한다.

강창희 소장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사람들이 흔히 노후를 대비한다고 하면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10년 후 10억 원 만들기’ 같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상품에 여기저기 가입한 뒤 ‘뭔가를 하고 있는 듯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막연한 계획보다 주택 마련용, 자녀 교육용, 노년 생활비, 의료비, 예비용 자금 등으로 세분해야 합니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는 거지요.”

아무 목적 없이 돈을 모아 자녀 교육에 다 쏟아 붓고 그나마 집 한 채 겨우 마련해 살아가는 경우라면 노후 대비가 전혀 안 된다는 것.

오 이사는 “60세에 은퇴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70, 80세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이 몇 살까지 살 것인지도 계획해 보고 결혼과 주택 마련, 자녀 교육, 자녀 결혼, 문화생활 등 큰 돈이 들어가는 이벤트에 어떻게 대비할지를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종윤 이사

▼노후대비는 강제로 하는 것▼

“장수(長壽)는 축복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이 누구를 만나건 강조하는 말이다. 노후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일 수가 없다. 심하게 말하면 준비 없는 장수는 비참한 노년을 예약해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 사장은 “이 때문에 노후 대비는 거의 강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 사장이 제안하는 노후 대비 방법은 매달 주식형 펀드에 60만∼100만 원을 투자하는 것.

물론 매달 100만 원을 투자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처음 5년만 꾹 참고 투자하면 이 투자는 가면 갈수록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매년 임금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대충 연 7% 임금이 오른다고 하면 10년 뒤에 100만 원 투자하는 것은 지금 50만 원 투자하는 것 정도밖에 힘이 들지 않는다.

대신 집어넣은 돈은 투자기간이 길수록 복리로 불어나 노후를 대비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우 사장은 “매월 100만 원을 넣는다면 안정적인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 각각 50만 원과 30만 원, 공격적인 중소형주 펀드에 20만 원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우재룡 사장

글=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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