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작전권’ 보안사항도 흘리는 청와대

  • 동아일보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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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경기 포천시의 육군 모 부대 회의실.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책임진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초미의 안보 현안인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대해 군 당국과 출입기자들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은 ‘엠바고(보도 유예)’를 조건으로 전시작전권 환수협상 경과와 환수 이후의 한미 군사협조 관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부분 민감한 내용이고 미국과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최종안이 공식 보고될 때까지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몇몇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일부 내용을 보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환수의 찬반 논란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엠바고를 꼭 지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이 내용이 먼저 공개되면 미국과의 협의가 꼬일 수 있고, 동맹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며 기자들에게 재차 양해를 구했다.
이후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별한 ‘보안’을 당부했고, 출입기자들은 ‘국익’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엠바고 내용은 7일 인터넷 ‘청와대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정책수석비서관실과 국방부 공동 명의로 공개됐다.
국방부는 곧바로 “실무진의 실수로 엠바고 내용이 청와대 보고자료에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8일에는 “청와대가 한마디 상의 없이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실무진의 실수’라고 한다면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사안이 실수로 보고되고, 청와대에서도 거르는 기능 없이 한미 협의를 앞둔 사안을 발표하는 아마추어식 대응이 한심할 뿐이다.
‘청와대가 한마디 상의 없이 공개했다’면 국익과 직결된 현안을 전시작전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에 따라 공개했다는 뜻이 된다.
‘국익을 위해 보도를 참아 달라’던 정부가 스스로 국익을 깨뜨리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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