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 ‘學力격차’ 자료 바로 공개해야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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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평균 학력(學力)이 전국에서 어느 수준인지 알 길이 없다. 수능시험과 학업성취도 조사 등 관련 자료를 교육 당국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개의 부작용을 강조하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다. 학교별 지역별 실태가 드러나 전국적으로 학력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평준화 정책의 실패를 자인(自認)해야 하고 이 정책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무능하고, 국민을 속인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 폭발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연구목적에 한해 2002∼2005학년도 수능시험의 원(原)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능시험 자료 공개는 공정한 수능시험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추진의 편의성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앞선다는 판단이다. 장기간 교육정보를 독점해 온 국가 권력의 횡포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교육정보를 숨긴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민주적 정책일 수 없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전국 2000개 고교의 학교별 수능시험 평균점수, 등급분포가 드러나고 전국 고교의 순위까지 매길 수 있게 됐다. 학력 격차의 실상이 공개되는 것이다.

학력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미국은 학업성취도 자료를 통해 실적이 나쁜 학교를 폐쇄하고 교장과 교사를 퇴출시킨다. 평등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도 교육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별 학업성취도, 바칼로레아(수능시험과 비슷한 시험) 합격률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자료 공개는 낙후된 학교와 지역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상을 알아야 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학력 격차를 쉬쉬해 교육에 대한 국가의 진정한 역할을 포기 하거나 왜곡하는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수능시험 자료가 공개되면 평준화의 실패가 드러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무한경쟁 속에서 언제까지나 하향평준화라는 ‘제 무덤 파기’ 교육을 계속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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