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기]相生노조 희망이 뜬다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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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동조합의 대명사였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째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고, 64일간 파업과 해고자 복직 투쟁을 벌였던 코오롱 노조가 붉은 조끼를 벗고 지역사회 봉사활동까지 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코오롱 노조의 결단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암담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다.

현대중공업은 한국 조선공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이던 울산을 광역시로 끌어올린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코오롱 역시 시골이던 경북 구미시를 1인당 소득이 높은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1990년대 초반 한국 조선업계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에 휩싸여 있을 때 한국의 조선업은 절대로 일본을 앞지를 수 없다고 장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안정되면서 한국의 조선업은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코오롱도 노사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안착되면 경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코오롱 노조가 보여 준 혁신에는 3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노조가 내부적으로 전임자를 축소하는 등 조합 운영에 거품을 빼고 있다. 회사에 대해선 ‘회사가 발전해야 자신도 잘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사용자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대해서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데 나서고 있다.

1987년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를 한마디로 말하면 대립과 분열로 표현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나 코오롱 노조가 혁신의 길로 들어선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두 가지 자각이 깔려 있다. 하나는 강성 노조가 극한투쟁을 벌임으로써 직장의 존립은 물론 고용 불안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성 노조가 파벌 싸움에 매몰돼 직장 동료들을 분열시키며 결국 노동운동 때문에 인간관계마저 황폐화한다는 것이다.

투쟁에 매몰돼 있는 한국의 노조는 아집과 독선, 계파 싸움, 선명성 경쟁이라는 3대 병폐에 빠져 있다. 이러한 병폐는 노조를 악순환의 고리에 빠뜨려 노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노조의 아집과 독선은 세상 물정과 담쌓게 만들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수출로 먹고사는 회사가 시장 개방을 극렬히 반대하는 모순에 봉착한다. 또한 노조 내부도 대화가 막혀 있을 뿐 아니라 노조 스스로 회사와 협상다운 협상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파업을 하지 않고는 협상을 끝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계파 싸움은 노조를 조합원과 괴리되게 만들고 회사에 대해서는 권력기구로 만든다. 계파를 끌어 가는 소수의 조합원은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며 노조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이들에게 반발하는 일반 조합원들을 ‘왕따’시켜 버린다. 또한 이들은 회사 경영에 이래저래 간섭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구태 정치판처럼 타락하고 노조 간부가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선명성 경쟁은 그럴싸한 주장과 논리로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회사에 대해서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보다는 정치사회적 문제가 노사관계 안정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을 회사가 해결하라고 요구하거나 회사의 고유한 인사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현대중공업과 코오롱이 한국 기업의 새로운 노사관계 틀을 정립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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