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생물자원 국가경쟁력

  • 입력 2006년 7월 10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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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선진7개국(G7·Group of 7)은 세계의 부(富)와 무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선진공업국 그룹이다. 1997년 러시아까지 넣어 G8가 됐다. 세계 경제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변함없이 막강하다. ‘M7 국가’도 있다. 브라질 멕시코 마다가스카르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호주 인도네시아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7개국(Megadiversity 7)을 지칭한다. G7 국가는 세계 부의 54%를, M7 국가는 세계 생물자원의 54%를 점유하고 있다. 묘한 일치다.

▷생물 종(種)이 미래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먼저 눈뜬 쪽은 M7이 아니라 G7이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생물 종을 분석하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종의 다양성이 높은 열대우림 지역에 앞 다퉈 뛰어들어 연구소를 차리고 관련 투자를 해왔다. 이름 없는 식물에서 암 치료제라도 발견되면 ‘대박’이다. 실제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심장병 약은 여러해살이풀인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생물자원은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에도 하나의 희망이다. 쌀 밀 옥수수 같은 농작물은 모두 수확량이 많은 단일품종이라서 신종 질병이 번지면 피해 규모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줄무늬녹병 때문에 세계적으로 밀 생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학자들은 터키산 야생 밀에서 추출한 유전물질을 이용해 이 병을 퇴치했다. 미국 아이다호 주 애버딘에 있는 미국 농업연구서비스 국립소립자곡물컬렉션이 4만3000종의 야생곡물 표본을 보관하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생물자원의 보존과 유전자 해독이 국가경쟁력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국가 생물자원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한우(韓牛)의 유전자 정보를 먼저 등록한 어떤 나라가 한우를 자기네 소라 우겨도 할 말이 없게 되는 세상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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