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서포터스 지지 못받는 車감독 방송해설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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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수원 삼성이란 무엇이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공식 서포터스인 ‘그랑블루’의 홈페이지(www.bluewings.net) 자유게시판에는 차범근 감독이 모 CF에서 “너에게 축구란 무엇이냐”고 후배들에게 묻는 카피를 패러디한 문구로 차 감독에게 되묻고 있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 차범근 수원 감독. 그가 2006 독일 월드컵 기간에 방송국 해설가로 활동하는 것을 놓고 말이 많다. 팬들은 물론 축구 관계자들은 “팀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 하위권을 헤매고 있는데 감독은 방송 출연이나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그랑블루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팀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해 K리그에서 9위, 올 K리그 전기리그에서 8위를 한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삼성하우젠컵에서 최하위인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랑블루는 24일 홈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컵대회 경기(수원 0-1 패) 땐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가’를 부르는 대신 차 감독의 독일행을 항의하는 노래를 불렀다.

안기현 수원 단장은 “한국 축구발전이란 대의에서 차 감독이 해설을 맡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 감독과 협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차 감독이 해설가로 활동하며 더 많은 축구팬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듯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차 감독은 2002년 솔직 담백한 표현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장감 있는 해설로 팬들을 사로잡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엔 프로팀 감독을 맡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명문 팀으로 불리는 수원의 감독이니 처신도 달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최근 ‘한국의 어려운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열광하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 기사는 “한국에서 축구는 오직 대표팀으로 시작해서 대표팀으로 끝난다”며 “그래서 여전히 프로축구는 발전하지 못했고 관중도 없다”고 평했다.

팀을 비우고 방송 해설가로 나서는 차 감독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얘기 같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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