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민]조기경보기 선정 미래를 보자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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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가 처음으로 출격한 날은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10월 25일이다. 당시 미 해군은 기존의 레이더로는 저공으로 날아드는 항공기를 포착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다. 항공기에 레이더를 장착해 공중에서 탐색하면 저공으로 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샅샅이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가 조기경보기의 발명을 도운 셈이다.

국방부는 2조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2011년까지 4기의 조기 경보기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조기경보통제능력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군은 중고도 이상으로 침투하는 항공기나 미사일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조기경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저고도로 침투하거나 산악 지형을 이용해 침투하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포착하는 능력은 취약하다. 한국군의 대공 감시가 모두 지상 레이더에 의존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조기경보기를 도입하면 원거리 공중통제능력을 갖추게 되고 지상레이더의 임무가 중단돼도 그 임무를 대행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정보획득 능력의 독립. 우리나라가 정보 획득에 주로 활용하는 시설은 지상 레이더와 감청장치인데 첩보위성과 U-2기에 의한 정밀한 군사정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한다. 2006년에 아리랑 2호를 발사하면 지름 1m 크기 물질도 감지하는 정교한 위성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광학위성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가리면 탐지활동이 제한된다. 정보획득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조기경보기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경합 중인 기종은 보잉 737기를 기초로 노스럽 그루먼사가 레이더를 제작한 미국의 조기경보기와 이스라엘의 IAI 엘타사의 조기경보기다. 두 기종 모두 공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주파수 간섭 문제는 주파수의 선택 폭이 다양해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탐지 능력의 문제이다. 두 기종의 탐지 반경은 비밀이지만, 공군이 요구하는 ‘탐지 반경 360km 이상’은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안보환경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며 주변국들의 동향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필자는 360km 이상의 거리를 탐지할 수 있는 기종이 좋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가격의 문제이다. 지금도 협상 중이지만 4기의 가격이 미국 기종은 17억 달러가량이고 이스라엘 기종은 13억5000만 달러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5월 말까지 기종 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라 한다. 조기경보기는 장기간 사용해야 할 고가의 장비다.

물건도 좋고 가격도 싸면 선택은 쉽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고민이 시작된다. 최종 결정을 얼마 두지 않았지만 이제라도 탐지 능력의 차이와 가격의 관계, 그리고 한미 군사협력의 운용성 등을 공론화해 ‘정보 획득의 독립성’을 확고히 해 줄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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