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27년 묵은 ‘10초 34’ 깨려면…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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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35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979년 서말구가 세운 육상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 34)이 끝내 깨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초 51을 뛴 기대주 전덕형(충남대)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부상 탓으로 12초 32란 저조한 기록에 그쳤다.

‘육상의 꽃’인 남자 100m에서 한국은 서말구 이후 장재근(10초 35·1985년), 진선국(10초 37·1994년), 이형근(10초 43·1996년), 강태석(10초 48·2003년) 등 대표 스프린터의 기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일본의 이토 고지가 1998년 10초 F를 뛰었고 그의 뒤를 이어 스에쓰구 신고가 2003년 10초 03을 뛴 것과 대조적이다.

여자 100m 한국기록(11초 49·1994년) 보유자인 이영숙 안산시청 코치는 이에 대해 “유망주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운동역학)을 마친 이 코치는 “스포츠과학을 공부하고서야 내가 배운 것에 엉터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지도자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성봉주(운동생리학)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200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승 진출자(평균 키 181.57cm, 몸무게 74.50kg)와 한국 단거리대표팀 선수(평균 182cm, 73.5kg)를 비교했는데 체격에선 차이가 없었다. 이는 우리도 훈련 방법에 따라 충분히 10초 벽까지 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04년 일본 단거리의 간판 이토와 스에쓰구를 키운 미야카와 지아키 도카이대 교수를 대표팀 상비군 감독으로 영입한 뒤 올해 초 대표팀 감독에 앉혔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하루아침에 신기록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 점에서 지난달 연맹이 남자 100m에 한해서 한국기록 1억 원, 10초 벽 돌파 5억 원, 세계기록에 10억 원을 포상하겠다고 한 것도 당분간은 현실성이 없다.

27년간 깨지지 않고 있는 남자 100m 한국기록. 육상 발전의 신호탄이 될 100m 기록 경신을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장단기 계획을 만들어 꾸준하면서도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결론에 도달한다. ‘잃어버린 27년’이 주는 교훈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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