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비너스’ 래퍼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지금이 행복”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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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이 없는 영국의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 씨(왼쪽)가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아들 패리스 군(가운데)이 자신의 저서 ‘마이 라이프 인 마이 핸즈’를 갖고 장난을 치자 빙긋이 웃고 있다. 오른쪽은 래퍼 씨를 초청한 손학규 경기도지사. 강병기 기자
양팔이 없는 영국의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 씨(왼쪽)가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아들 패리스 군(가운데)이 자신의 저서 ‘마이 라이프 인 마이 핸즈’를 갖고 장난을 치자 빙긋이 웃고 있다. 오른쪽은 래퍼 씨를 초청한 손학규 경기도지사. 강병기 기자
“장애는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장애를 딛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죠.”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구족(口足)화가 겸 사진작가 앨리슨 래퍼(41·여) 씨는 불편한 몸이었으나 당당했다. 그는 양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장애를 딛고 예술인으로 성공했다.

‘살아 있는 비너스’로 불리는 그는 “장애가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생에서 도전할 대상이 없다면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민할 터인데 자신에게는 항상 넘어야 할 대상이 있어 즐겁다는 것.

그는 “운이 좋아 내적인 강인함을 타고 났다”며 “도전정신을 병에 넣어 팔 수 있다면 난 대단한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래퍼 씨에게도 어려운 도전이 있었다. 1999년 “장애아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혼모의 길을 택한 것. 그는 회견에서 “임신했을 때 매우 자랑스럽고 행복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오히려 말리기도 했다”며 “장애와 미혼모라는 사회적 편견에 대항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래퍼 씨는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웠다.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까지 보통 엄마들이 손으로 할 일을 입과 발로 모두 해냈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래퍼 씨의 아들 패리스 군은 기자회견 도중 목을 축이라고 엄마에게 물을 먹여 줄 정도로 건강하게 자랐다.

그래도 래퍼 씨는 패리스 군에게 좀 더 많은 걸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가장 큰 과제이자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는 아들 패리스를 잘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래퍼 씨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투성이 신체를 사진으로 촬영해 대리석 같은 이미지로 재창조해 내는 작품을 선보여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장애가 예술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래퍼 씨는 아직도 꿈이 많다.

“예술가로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때때로 예술계 주변에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저를 장애인으로 보는 시선이 그렇죠. 예술로 진정한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이날 기자회견은 27∼30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열리는 ‘제1회 영 챌린저 포럼’에 앞선 행사다.

래퍼 씨는 28일 포럼에서 그가 최근 발간한 책 제목인 ‘마이 라이프 인 마이 핸즈(My Life in My Hands)’라는 주제로 장애를 극복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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