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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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사장 검찰 출두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비리 혐의 등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출두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정의선 사장 검찰 출두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비리 혐의 등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출두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부자(父子)의 글로비스 지분 60% 사회 환원이 발표된 19일 인터넷 카페에는 글로비스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아이디 ‘레알볼보이’는 “정의선(鄭義宣) 사건 터지고 맘 고생하다 그래도 괜찮겠지 하며 더 샀는데 사회에 환원한다고? 이런 전근대적인 경영철학이 어디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20일 현재 소액주주들은 글로비스 주식 19.33%를 갖고 있다. 증시에 상장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도록 해 놓고 4개월도 안 돼 대주주가 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내놓겠다고 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비판이다. 2001년 설립된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26일 증시에 상장했다.》

○ 주식을 사회에 환원한다?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통째로 사회에 헌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소액주주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증권연구원 노희진(盧熙振) 연구위원은 “기업이 상장하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글로비스의 경영주체를 결정하지도 않은 채 지분을 내놓는다면 이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김학주(金學柱) 리서치센터장은 “대주주가 빠진 글로비스의 주식가치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소액주주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돼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2만1300원)의 배 이상인 4만8950원으로 출발해 한때 8만3100원까지 오른 것은 ‘대주주 지분 60%’의 힘이었다.

글로비스는 국내외 자동차 수송, 자동차 부품 및 반제품 유통, 중고차 유통을 하는 회사.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하는 비중은 81.4%나 된다.

연평균 65.7% 성장, 설립 5년 만에 매출액 1조5000억 원대 달성을 이룬 것은 한마디로 그룹이 ‘몰아주기’를 한 덕분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글로비스는 현대차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가로챈 것이므로 사회가 아니라 현대차에 돌려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 현대차와 글로비스는 그래도 ‘공생’

정 회장 부자가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면 소액주주들의 걱정처럼 글로비스는 껍데기만 남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 주식 기부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총수 일가의 현금이나 다른 주식 등을 통해 사회환원 금액을 1조 원으로 맞추겠다”고 한 발표를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정 회장 부자가 가진 다른 계열사 상장주식의 평가액은 2조2000억 원 수준이다. 배당받은 현금도 1200억 원 이상이다. 엠코, 이노션 등 비상장 계열사들도 있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는 이런 주식이나 현금을 추가로 내놓기 힘들다. 정 사장의 후계구도를 위해서는 오히려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도 최대한 글로비스의 주가를 떠받쳐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0일 “계열사가 아니라고 해도 글로비스와의 거래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증권 김 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해상운송이나 해외 딜러를 통한 내륙운송 등 글로비스의 사업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물량을 경쟁 없이 받기는 힘든 구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처럼 높은 마진(지난해 영업이익률 5.1%, 동종업계는 0.8∼1.3% 수준)을 남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 엇갈리는 주가 전망

20일 글로비스 주가는 50원(0.14%) 오른 3만5550원에 마감돼 전날 충격에서 벗어났다.

글로비스는 자동차 등 특수화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종전보다 못하겠지만 성장성의 근간까지 흐트러진 건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반면 한화증권 고민제(高民濟) 연구원은 “글로비스 주가는 실체보다는 ‘비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며 “고속 성장이 힘들 것으로 보여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범죄수익 환수 첫 판례

검찰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과 연결된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횡령 및 배임과 관련된 범죄 수익에 대해 국가가 추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채동욱(蔡東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20일 “범죄수익규제법은 범죄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는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정몽구 회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이 회사 법인이나 주주의 돈이기 때문에 국가(검찰)가 이를 국고로 끌어올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판례가 새롭게 확인되면서 검찰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가 환수 추진 중인 첫 사례=판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범죄수익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시멘트 전 대표 이익희(52) 씨 사건이다.

이 씨는 2002년 6월 회사 소유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국민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은행에서 47억 원을 대출 받은 뒤 회사의 유상증자 때 자신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으로 2003년 12월 광주지검 특수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 형사합의2부는 2004년 4월 이 씨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씨는 2004년 6월 광주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추가 수사를 통해 이 씨가 회사 재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매입한 회사 지분이 공범 명의로 숨겨진 사실을 확인하고 이 씨를 범죄수익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2004년 11월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 씨가 불법 대출금으로 매입한 한국시멘트 주식 24만여 주에 대해 몰수형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2부는 2005년 8월 1심 선고에서 이 씨의 범죄수익규제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결하면서 이 씨 소유의 한국시멘트 주식에 대해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주식은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범죄 수익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그 성질상 몰수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아 그 가액만큼 추징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해 35억8000만 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몰수와 추징이란=형법은 범죄를 저질러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재산형인 몰수 규정을 두고 있다.

형법상 몰수와 추징의 대상은 뇌물로 받은 돈과 같이 범죄와 직접 관련된 부분에 국한되지만 범죄수익규제법은 범죄 수익뿐 아니라 범죄 수익으로 불어난 과실까지 모두 환수 대상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기아차 美공장 기공식 무기연기

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주 공장 기공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기아차는 “당초 이달 27일로 계획됐다 다음 달 10일로 연기했던 미 조지아 주 공장 착공식을 한 차례 더 연기하기로 했다”며 “18일 조지아 주 정부에 기공식 연기 통보를 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아차는 “1차 연기가 다음 달 10일로 날짜를 못 박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언제 행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잠정 합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무기 연기라는 뜻이다.

기아차의 미국 공장 기공식이 연기된 것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해외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정 사장은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와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미국 공장 건설은 장기간 미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12억 달러(약 1조1400억 원)를 투자해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에 2009년까지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기아차와 함께 협력업체 5, 6개가 미국에 동반 진출하려고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조지아 주정부와 협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정 사장은 미국 공장 외에도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중국 제2공장 건설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기아차 측은 해외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 공장은 올해 12월 완공 예정이며 역시 30만 대 규모의 중국 장쑤(江蘇) 성 옌청(鹽城) 시 제2공장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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