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한국에 1000억 기부”…정부-검찰 “수사와 별개”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1000억 원의 기부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오히려 이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잔꾀를 쓰고 있다”며 일제히 론스타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도 국세청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 검토나 검찰 수사는 론스타의 기부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권태신(權泰信)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17일 “(1000억 원을 기부하고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론스타의 편지와 관계없이 국세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원칙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4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은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팩스로 편지를 보내 “외환은행 매각 차익(약 4조50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한국의 사회발전 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또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정부의 과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대 7250억 원을 국내은행에 맡겨 놓고, 스타타워 매각 차익에 대한 추징세금(1400억 원)도 국세심판원 판결에 따라 납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따라 론스타의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해 최대 1조2000억 원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도 “기부와 수사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외환은행 매각 의혹과 탈세, 외화 밀반출 혐의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17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론스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병석(朴炳錫) 열린우리당 의원은 “불쾌하다. 그런 (기부) 의사가 있더라도 팩스로 보낸 것은 정당한 절차와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崔炅煥) 한나라당 의원도 “세금을 내면 되지 기부하는 것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중간에 기부금을 내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가 투자이익의 일부(약 2%)를 사회기부금으로 내놓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뉴브리지 캐피탈은 지난해 제일은행을 매각해 1조1500억 원의 이익을 낸 뒤 이 가운데 200억 원을 중소기업발전기금으로 내놓은 바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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