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두영]금감위-금감원 외환銀책임 떠넘기기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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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작성한 2003년 7월 25일자 보고서를 토대로 외환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금융감독위원회 공식 설명)

“7월 25일자 보고서는 외환은행이 4일 전 보내온 팩스 5장을 요약하고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은행검사국은 BIS비율을 추정하는 곳이 아닙니다.”(금융감독원 은행검사국장)

금감위와 금감원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의 핵심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연말전망치가 갑자기 뚝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다.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비율 전망치는 그해 6월까지만 해도 8%를 넘다가 7월 6.2%로 떨어졌다. 이 ‘덕분’에 자격이 없는 사모투자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결과가 의심스러운데 그 과정을 시원하게 설명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핑퐁 게임’은 계속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개별 금융회사를 감시하는 금감원에서 ‘외환은행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그렇게 믿어야지 다른 도리가 없다”고 했다. 금융 구조조정의 필수 코스인 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實査)를 생략한 데 대한 변명이다.

금감원 쪽은 “외환은행의 총자산이 60조 원을 넘는데 우리가 무슨 능력으로 개별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을 점검하느냐”며 자신들의 ‘무능함’을 방패로 내세웠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BIS비율 6.2%는 분명히 외환은행에서 자료를 받아 자체 추정한 것”이라고 증언했지만 최근에는 “외환은행 자료를 요약해 정리했다”며 발뺌했다. “금감위에 이용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금감원 간부도 있다.

이들뿐이 아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며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재정경제부도 책임을 금융감독 당국과 외환은행에 돌린다.

모두가 “나는 잘못이 없다. 저쪽에 물어봐라”는 것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산업 정책을 세우고 총괄 감독하는 양대 축이다.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기관이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게 되면 한국 금융이 다시 위기를 맞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김두영 경제부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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