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재록 씨의 배후 권력 밝혀야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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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거물 경제 브로커로 활동한 김재록 씨 사건은 수사 브로커 윤상림 씨 사건보다 훨씬 큰 파장을 몰고 올 조짐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김 씨의 구속은 서막(序幕)에 불과하다”고 했다. 두 정권에 걸친 대형 게이트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들린다.

김 씨는 작년 5월 서울 신촌 민자역사 쇼핑몰 분양대행업체 S사에 우리은행에서 500억 원을 대출받도록 해주고 11억 원을 받았으며, 경기 부천시 쇼핑몰 T사가 같은 은행에서 325억 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주고 2억 원을 챙겼다. 우리은행의 대주주는 정부 산하 예금보험공사다. 모두 현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누가 김 씨의 배후에 있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일요일인 어제 현대·기아자동차와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씨가 현대·기아차에서 수십억 원을 받고 정부를 상대로 모종의 로비를 벌인 혐의가 포착됐다고 한다. 김 씨는 DJ 정부 때 신동아화재 매각에도 관여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김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은행장 추천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은행장 후보를 추천할 정도이니 부실기업 대출 알선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김 씨는 1999∼2002년 미국계 회계컨설팅 업체인 아더앤더슨코리아의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여러 명의 고위 경제관료 자녀들을 이 회사에 취직시켜 주었고, 이 회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자산 부채 실사 등 정부와 민간의 굵직한 용역을 잇달아 수주했다.

검찰은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김 씨를 둘러싼 의혹 사건들의 실체와 정관계(政官界) 배후 인물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현 정권에서 일어난 몇몇 사건의 경우 용두사미로 수사를 끝내 살아 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씨 사건이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검찰은 두 정권에서 김 씨를 비호하면서 이용한 권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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