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대선 必敗論’과 李시장의 처신

  • 입력 2006년 3월 20일 04시 39분


코멘트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개혁하겠다고 하다가 대세론에 안주하고 그러다가 수구보수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버림받는 전철(前轍)을 계속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대선필패(大選必敗)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선 “대선에서 두 번이나 지고도 백서 하나 내지 않은, 전략도 철학도 없는 당”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을 개혁하자며 개최한 이날 토론회도 내빈 소개 등에 30분을 허비하고 이른바 중진의원이 나타나면 중간 소개까지 하느라 정작 발표자들은 시간에 쫓겨야 했다. 반(反)여당 표(票)에 기생(寄生)하는 ‘여전히 배부른 정치꾼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 거기 있었다.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팔 수 없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 중에 진실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가시밭길이라도 걷겠다는 인물이 있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인 이명박 서울시장의 처신도 ‘대선 필패론’에 힘을 실어 준다. 그는 2003년부터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독점적으로 이용했다는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자 그제 “그렇게 문제 될 줄 몰랐다.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사과는 했지만 문제의식이 안이하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자신의 호화빌라 거주 문제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하면서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고 토를 달았던 사실이 연상된다.

이 시장은 최근 “돈 있는 사람이 정치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춤추고 놀기 좋아해 공무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는 등 여권(與圈) 정치인들을 폄훼했다. 이런 발언은 이 시장 자신의 자질(資質)에 대한 논란을 부를 만하다. 그동안 이 시장 지지도가 올라간 것은 청계천 사업 등 구체적인 실적으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선을 20개월 이상 남겨두고 벌써부터 내실(內實) 없는 ‘말의 정치’에 뛰어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실언(失言)이 잦아지는 것은 분명히 이 시장의 위기다.

누구건 ‘국민을 위한 정치’의 뚜렷한 청사진도 없이 ‘말로 때우려는’ 연기자(演技者)가 또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다수 국민이 바라겠는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