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구도 4강!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코멘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세계 최강(最强) 미국에 쾌승을 거둔 데 이어 일본을 두 번 내리 격파하고 세계 4강에 올랐다. 101년 전 미국한테서 처음 야구를 배웠고, 일본보다 46년 늦게 프로야구를 시작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단숨에 뛰어넘는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드라마를 엮어 냈다. 이 대회 1라운드 3연승을 포함해 6연승을 이룩한 한국 야구가 세계적 경이(驚異)의 대상이 될 정도다.

우리 대표팀은 실력 본위의 최정예로 구성됐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선수들과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한 덩어리가 됐다. ‘기량 면에서 다른 팀보다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한국 팀이 보여 준 또 다른 강점은 승리를 향한 의지와 빈틈없이 똘똘 뭉친 팀워크였다. 선수들은 몸을 던져 수비를 하고 결정타가 필요할 때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3점포를 터뜨린 최희섭 선수는 “나라를 위해 홈런을 쳤다”고 외쳤다. 최고의 기량에 한국인 특유의 애국심과 단결력이 더해지니 거칠 게 없었다.

‘김인식 리더십’이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낳은 김 감독과 선동렬 등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은 한국 야구를 세계 4강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용병술과 작전도 탁월했지만 선수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 잠재력을 극대화한 유연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이긴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힘이 결집되면 얼마나 커지는지 우리는 보았다.

한국 야구팀의 쾌거는 국민에게 모처럼 기쁨을 주었다. 우울한 민생경제, 갈등하는 정치사회에 짓눌린 국민에게 ‘봐라, 우리는 하면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었다. 박찬호 선수는 어제 승리한 뒤 “우리가 힘을 합치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세계 4강 달성을 보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반목을 부추기는 정치가 얼마나 큰 죄악인지 거듭 생각하게 된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지만 정치는 야구에서 배워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