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방갈로르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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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주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세계는 평평하다’는 세계화 3.0버전을 다룬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시작된 세계화 1.0버전, 1800년부터 2000년까지 열강과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 2.0버전을 거쳐 이제 개인이 업그레이드할 시대라는 내용이다.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도의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 사장과 얘기하다 책 제목을 떠올렸다고 했다. “톰, 우리가 뛰는 무대는 수평이 되고 있어.” 그 인포시스의 본사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의 주도(州都) 방갈로르에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르엔 매주 3개의 외국기업이 몰려온다. 인포시스와 TCS, 위프로 등 인도의 3대 IT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매달 1000명씩이다. 하는 일도 다국적기업 전화 응대에서 금융 의료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방갈로르의 핵심 병기인 70만 명의 고급 인력은 몸만 여기 있을 뿐 미국 곳곳의 기업 등 세계 중심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는 영어와 기술이 ‘되는’ 세계 최대의 인력 풀을 지녔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이 영어구사 능력으로 전화위복한 셈이다. 매년 쏟아지는 250만 명의 대학 졸업자 중 28%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인디아공대(II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선 매년 25만 명의 엔지니어가 나온다. 능력에 비해 임금은 너무나 싸다. 미국의 변호사가 시간당 300달러 받는 일을 이곳에선 100달러에 한다.

▷인도의 고급 인력 육성은 ‘면허 통치(licence raj)’라고 할 만큼 간섭이 심한 인도 정부의 간섭을 면(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는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입시에도 관여하지 못한다. 하버드대 입학보다 힘들다는 IIT 교육의 수월성(秀越性)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규제 등 기업에 대한 간섭은 여전하다. 정부의 과감한 세제(稅制) 지원 덕에 IT허브가 됐지만 또 정부 때문에 더 클 수 있는 기업이 못 크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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