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3·1절 골프’ 파문]4개월만에 90억원 평가손실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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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金이사장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실에서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투자에 대해 추궁하자 김평수 이사장이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이종승 기자
속타는 金이사장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실에서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투자에 대해 추궁하자 김평수 이사장이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S식품의 최대 주주가 된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47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S식품 주식의 적정 가격 등에 대한 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지 조차 않았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분을 판 신한은행 측이 만든 재무제표 자료와 자체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식품은 기관투자가가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던 종목이어서 입찰의향서를 받던 9월 말 이전에 증권사가 낸 투자보고서는 딱 2개뿐이었다. 투자보고서가 아예 없는 영남제분에 102억 원을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체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부족했다.

현재 S식품 주가는 교직원공제회가 산 가격보다 주당 5000원 가까이 빠져 투자액의 20%인 90억 원가량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직원공제회가 S식품 지분을 ‘투자’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사상 두 번째로 주가가 높았던 때 투자

교직원공제회가 지분을 인수한 지난해 10월 말은 S식품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해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따라 S식품이 ‘급등 사유가 없다’는 공시를 낸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다.

그런데도 교직원공제회는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에서 S식품 주식 182만3324주(27.66%)를 주당 2만5920원에 샀다. 총 투자금액은 472억6055만 원.

S식품 주가는 화의에서 벗어나기 전 2000∼6000원대를 오르내리다 화의 졸업을 앞두고 3만7900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이후 주가는 1만7000∼2만4000원대에서 움직이다 입찰을 앞두고 다시 3만7000원까지 뛰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이상하게 높았던 두 시기 중 한 시점에 교직원공제회가 주식을 산 것이다.

이에 대해 교직원공제회는 “매출 확대 등으로 적어도 10% 수익을 얻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 외부 용역 없이 입찰가격 결정

교직원공제회는 투자 판단의 근거로 신한은행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제출한 재무제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는 측에서 제시하는 재무제표는 그야말로 원재료일 뿐”이라며 “보통 외부에 용역을 맡겨 적정 가격을 추산하거나 증권사에서 낸 보고서를 분석한 뒤 판단한다”고 말했다.

S식품은 1998년 부도가 나 화의에 들어간 뒤 작년 3월 화의에서 벗어났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3월 이전에는 이 기업을 분석한 적이 없다. 하루 거래량도 2만∼6만 주에 불과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보고서가 제대로 없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두 기업에 잇따라 투자한 셈이다.

○ S식품 지분 구조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10월 말 S식품의 1대 주주가 됐지만 경영권은 창업주 일가가 갖고 있다.

S식품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창업주가 1.73%, 그의 아들 5.62%, 며느리 4.55% 등 총 18.62%다.

하지만 지분 25.40%로 2대 주주인 현대산업개발이 S식품 대주주 일가와 같은 강원도 출신으로 현 대주주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두 지분을 합하면 44.02%로 교직원공제회 지분보다 훨씬 많다.

○ 교직원공제회는 정거장?

교직원공제회가 S식품의 1대 주주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영남제분의 주가가 오른 시점과 S식품을 인수한 시기가 맞물려 있어 영남제분 주가 띄우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교직원공제회가 S식품 지분을 일정 기간 보유한 뒤 영남제분에 넘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교직원공제회는 ‘정거장’ 역할만 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식품은 지난해 8, 9월경 ‘제분회사에 인수합병(M&A)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또 신한은행이 9월 말 지분 공개 입찰을 실시했을 때 영남제분도 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실제로 입찰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이후 영남제분은 올해 1월 7차례에 걸쳐 S식품 지분 0.3%를 사들였다. 교직원공제회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꾸준히 S식품의 주식을 더 사 모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분회사가 S식품을 인수하면 밀가루를 만들어 팔던 회사가 순식간에 재벌급으로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영남제분 지분 7.96%를 가진 2대 주주다. 영남제분의 유원기 회장은 교직원공제회 김평수(金坪洙) 이사장과 지난해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 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00년대 이전에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실적이 떨어져도 기관투자가가 ‘정거장’ 역할을 한 사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투명성이 높아져 안 된다”며 “교직원공제회는 다른 기관투자가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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