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한쪽 한글 외는 소리…다른 한쪽선 한글 우는 소리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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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한국어 일부 과정이 사실상 폐지돼 현지 교민들은 물론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현지 원어민 교사의 지도 아래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포 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 김숙희 자문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한국어 일부 과정이 사실상 폐지돼 현지 교민들은 물론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현지 원어민 교사의 지도 아래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포 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 김숙희 자문관
해외 이민자들의 자녀가 중고교 정규과목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면? 기대 효과는 크다. 부모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정체성을 기를 수 있고, 한국과 연계된 진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제2외국어 정규 교과목에 넣기 위해서는 교민사회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관건이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한국어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한국어 연구 후원회(BCSAKS)’는 최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내 60여 개 지역교육청 중 4곳 이상이 9월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할 전망이 높다”고 밝혔다.

밴쿠버, 코퀴틀람, 버나비, 서리 교육청 등 네 곳은 한국계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 지난해 11월 델타 교육청이 처음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이들 지역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하고 이를 대학 진학에 연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결과가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이 주의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인정한 언어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펀자브어 등 8개. 이 중 중국어 일본어 펀자브어는 지역 내 교민사회가 학습자료(IRP)를 개발해 각 지역 교육청에 끊임없이 학과 개설을 요구한 결과 제2외국어로 채택된 것이다.

한국 교민사회도 2002년 BCSAKS(이사장 이성수·브리티시컬럼비아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IRP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예산. 교민사회에 적극적으로 호소해서 4년 동안 13만 달러의 후원금을 확보했다. 이 밖에 한국국제교류재단도 5만 달러를 내놓았고 교육인적자원부도 17만 달러를 지원했다. 마침내 지난해 3월 주정부로부터 한국어 초중고교 교육과정 공식 인가를 얻어냈다.

하지만 밝은 소식만 있는 게 아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달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교육부는 한국어 과정 일부를 대학입학 학력고사에서 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급 중급 고급과정 중 지난해 초급 과정을 중단한 데 이어 중급 과정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일본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주 교육부에 자국어 교육 지원금을 내놓는 것은 물론 호주 원어민 교사들을 초청해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뉴사우스웨일스 주 김숙희 한국어 자문관은 “호주 교육부와 교포사회의 요청으로 한국 정부도 몇 년 전부터 일부 금액을 지원해 왔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한국어 시험 폐지가 아니라, 호주 주류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기회가 없어질 위험에 처하는 것”이라며 교민 사회와 본국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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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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