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효림]두바이의 실사구시, 과연 한국은?

  • 입력 2006년 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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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는 석유자원이 풍부하지만 경제가 어렵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석유의 저주’란 표현까지 썼다.

이런 중동에서 실용주의적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중동의 작은 진주’로까지 불리는 두바이와 바레인의 ‘오늘’은 취재에 나선 기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특히 국토가 좁고 석유 등 부존자원이 적은 데도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본보 25일자 1·5면 참조

두바이와 바레인은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문호를 활짝 열어 석유 없이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 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슬람 국가에서 금기시되는 술 판매까지 일부 허용하고 있었다.

특히 두바이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주도한 셰이흐 모하메드 왕의 ‘말과 마차론(論)’은 인상적이다. 일각에서 “종교나 이념 등 정치적인 측면이 너무 등한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경제는 말, 정치는 마차”라며 “말이 마차를 끌지,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종교나 이념, 명분보다 경제가 국민 생활에 더 중요하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사고를 보여 주는 발언이다. 이 내용이 본보에 보도된 뒤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었다”는 독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모하메드 왕은 공식 행사에서도 연설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하지만 한번 결정된 정책은 마감 시한을 준 뒤 반드시 결과를 확인해 책임을 묻는 등 ‘행동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었다. 예고 없이 불시에 관공서나 개발 현장을 방문해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확인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지금 정부는 국민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두바이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두바이에 진출한 한 한국기업 주재원은 “무섭게 성장하는 두바이를 보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오늘날의 국제사회. 작지만 실용주의로 도약하는 두바이와 바레인은 한국에도 적잖은 교훈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현지 취재를 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손효림 경제부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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