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增稅에 급급해 경제 혼란 부추기는 관료들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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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원(財源) 확충이 필요하다”고 신년연설을 하자 일부 경제부처가 서둘러 ‘충직(忠直)한 행동’에 나섰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성급함’이 시장에 혼란과 충격을 안기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내용 자체가 논쟁거리인데 관련 정책을 급히 내놓았다가 거둬들이는 사이에 경제는 멍이 든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그제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맥주 세율은 낮췄는데도 위스키와 소주 세율을 올리지 못해 재원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해서 (소주 세율 인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주 세율 인상안이 백지화된 지 두 달도 안 돼 나온 발언이다. 열린우리당조차 “검토한 바 없다”며 반박하자 재경부는 하루도 지나지 않은 그제 오후 “현재로선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박 차관은 중장기적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이라고 물러섰다.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 부처’가 이처럼 가볍게 말하고 오락가락하니 딱한 일이다.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한 18일 당일 국세청은 매출 300억 원 이상의 대기업 중 세금을 적게 낸 혐의가 있는 116개 기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코드 맞추기’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처럼 일제조사를 벌이고 이를 공식 발표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일부 기업은 ‘세금 짜내기가 예상됐는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격은 곧바로 증권시장에서 나타나 특히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파가 커지자 이주성 국세청장은 그제 “일제 세무조사가 주가에 영향을 준다면 일정(日程)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후퇴했다. ‘일단 저질러 놓고 문제가 생기면 얼버무리는’ 정부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하나 더 드러낸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처방’은 정치적 정략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부처들은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도 살펴 가며 차분하게 정책을 다듬어야 할 텐데 충성 경쟁 하듯이 대통령 따라가기에 바쁘고 금세 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런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어렵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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