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위기의 소년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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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둔 엄마들은 대체로 남녀공학 고교를 선호한다. 남학생들이 ‘밑바닥을 깔아줘’ 여학생 내신이 잘 나온다는 설명이다. 똑똑한 학생들이 몰리는 민족사관고에도 지난해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3명 더 입학했다. 대학마다 여학생들이 수석 입학과 졸업을 휩쓴다는 건 뉴스도 안 된다. 조숙한 초등학생 숙녀들은 말 잘 듣는 ‘삼돌이’를 제 마음에 들게끔 키운대서 미래의 시어머니들을 복장 터지게 만든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학습지진아로 진단받는 쪽은 남자애들이 여자의 2배다. 뉴스위크는 이를 ‘소년들의 위기’로 규정했다. 남녀 차를 무시하는 교육시스템이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남학생들한테 여자 짝꿍처럼 얌전히 앉아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니 고역일 수밖에 없다. 숙제 잘하고 남과 잘 지내는 비인지적(非認知的) 기술도 남학생이 뒤진다.

▷뉴욕타임스는 대학 나온 여자들이 어떻게 결혼할지 걱정된다는 칼럼까지 실었다. 미국 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57%다. 여자는 아무래도 자기보다 공부 많이 한 남자와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대졸 여성 셋 중 한 명은 대졸 신랑감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여성 교육을 강조해 온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고학력 여성이 늘어난 것까지는 좋았다. 그 덕에 잘난 여자들은 ‘외로운 승리’를 자축해야 할 판이니, 안됐다는 투다.

▷위기의 소년론에선 음모의 냄새가 난다. 진짜 문제는 교문을 떠나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졸 취업률의 남녀 차는 크지 않지만(2005년 남 67.7%, 여 62.3%) 대졸 남녀의 임금 차는 71만 원이나 된다(남 250만 원, 여 179만 원). 남녀차별로 볼 수도 있으나 임금 많이 받을 만한 직종과 직위에 여성들이 적다는 뜻도 된다. 사회엔 교과서도, 교칙도, 교사도 없다. 공부만 잘했던 여성들은 네트워킹과 정치력 등 사회생활 성적에서 남성들의 내공을 못 따라간다. 남학생에게 맞는 공부기술을 교육해야 한다면 여학생에게는 사회생존에 맞는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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