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얼 앤서니 웨인]테러예방, 자금줄 차단에 달렸다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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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해도 테러분자들은 이라크, 이스라엘, 우즈베키스탄에서뿐만 아니라 암만, 런던, 샤름알셰이흐, 발리 등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고 없이 공격을 감행하여 나이, 국적, 종교, 직업에 관계없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폭탄은 조악하고 저급했다. 하지만 테러 공격 시 폭약과 볼 베어링 말고도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다.

국제사회는 테러분자들이 새 요원을 모집하고, 이동하고, 연락하고, 훈련하고, 공격을 자행하는 데 필요한 현금 차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의 전략적 목표는 테러범들이 배후자와 공모하여 공격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더욱 어렵고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다자간 수단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정보 수집의 조율이다. 이는 정보기관이나 법 집행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은행, 증권회사, 환전소, 보험회사 역시 해당 국가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수상한 거래내용을 보고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각국의 FIU끼리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미 80개국 이상이 테러범과 관련한 새로운 법률을 입안하였으며, 100여 개국이 FIU를 설립한 바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수단으로 정부 발표나 유엔의 목록 공개를 통해 테러행위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즉, ‘지명’이다. 지명은 그 후 무거운 제재조치를 부과함으로써 더욱 힘을 얻는다. 이러한 제재조치의 하나가 자산동결이다. 이는 당장 테러범들의 현금 사용을 막을 뿐 아니라 정보 수집 과정에서 테러 조직망 내의 공모자, 간판 회사, 비영리 단체, 기타 현금 송금 및 밀반입에 사용되는 통로 등과 같은 자금의 원천을 샅샅이 파헤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유엔의 제재 활동만으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유엔은 2001년 이후 60여 개 국가가 제재 대상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결과 312명의 개인과 단체가 실제로 제재를 받았다. 미국의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600개의 테러 관련 계좌와 거래가 차단되었으며, 지금까지 170개 이상의 국가 및 사법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1억5000만 달러(약 1550억 원)어치의 자산을 동결했다.

또 하나의 수단은 국경을 초월한 돈의 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국제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수사 당국은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또한 테러분자들은 과거에 비해 더 눈에 잘 띄면서도 안전성은 떨어지는 자금 조달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자간 협의체인 돈세탁 방지에 관한 국제기구(FATF)는 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에 맞서 싸우기 위해 49개의 원칙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자선 활동, 현금 밀반입, 금융서비스사업자(MSB·수표할인 환전 여행자수표 발행 및 판매 송금업 등에 종사하는 자연인 또는 기관으로 하루 거래량이 1000달러를 넘는 자) 등을 규율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올해 유엔의 승인을 받았다. 유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미국 등 개별 국가는 FATF의 49개 원칙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금융인과 담당 공무원에 대한 전문가 교육을 원활하게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테러분자의 돈줄을 묶는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 정작 부족한 것은 이들 수단을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다. 각국 정부는 국제적 모범사례의 실천, 전문가 양성, 정보 공유, 상호 협력, 그리고 합의된 국제적 도구를 활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사회는 테러분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하고 운반하는 수단을 제거함으로써 테러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얼 앤서니 웨인 미 국무부 경제기업담당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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