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은 역시 웰빙당이다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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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여당 주도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위헌적 악법(惡法)’이라고 규정하고 어제 서울 명동에서 장외(場外)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많은 시민은 매운 추위 속에서 홍보전단을 나눠주는 박근혜 대표와 의원들을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웰빙 체질’에 젖어 정체성 혼란과 무기력함을 드러내 온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라고 우리는 본다.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과거사정리기본법, 신문법 등 중요 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소신 없이 오락가락하다 뒷북치기에 바빴던’ 한나라당의 행태는 이번 ‘사학법 상황’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우리는 여야 협상을 지켜보면서 ‘자립형사립고를 확대하면 사학법 개정안의 개방형 이사제를 수용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일괄타결 전략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의 수월성(秀越性)을 위한 자립형사립고 확대와 사학 자율성을 해치는 개방형 이사제를 맞바꾸는 것은 원칙 없는 거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적당히 꿰맞추려 했고, 여당이 사학법 개정만 강행처리하는 데도 무기력하게 대응하다 ‘버스 지나간 뒤에 고함치는’ 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자기정체성 표류는 종합부동산세 법안과 5대 감세(減稅) 법안의 ‘빅딜’을 추진하다가 “부자들을 위한 당이냐”는 일부 비판에 놀라 흐지부지 물러선 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농민 표를 의식해 쌀협상 비준안 처리를 미뤘던 것도 ‘한나라당 판 포퓰리즘’일 뿐이다.

그제 전여옥 의원은 “국민이 한나라당에서 희망을 볼 수 없다고 개탄한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세금값 하라”고 촉구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 없이 여론의 흐름에 우왕좌왕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로는 야당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작지만 강하고, 원칙 있는 야당’이지, 여권의 실정(失政)에만 편승하려는 허풍선이 야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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