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事故 치는 정권, 뒷감당 홍보도 세금이다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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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는 한국에 대한 미국 내의 부정적 여론을 바꾸겠다는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10억 원을 반영했다. 미 현지 홍보업체를 고용하고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여는 비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외교문제는 기대를 초과 달성했다”고 했는데 대미(對美) 홍보비용이 왜 또 필요한지 모르겠다.

며칠 전 본보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상대로 노 정권의 대미 외교성적에 대한 평가를 구한 결과 C+였다. 반세기 혈맹(血盟)관계에 비춰본다면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낮은 점수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센터는 ‘미국의 우방으로서의 한국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여론이 모두 대미 홍보 부족 때문인가.

노 정권 출범 이후 양국 관계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왔다. 설익은 ‘자주국방론’으로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떨어져 나가려 한다’는 인상을 줬고, 결과적으로 국방비 부담만 늘어나게 된 것은 단적인 예다. 이라크 참전국 중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놓고도 감축 결정 시기와 사전 통보 미숙으로 오히려 미 측으로부터 유감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홍보비만 퍼붓는다고 미국의 대한(對韓)여론이 좋아지고 양국 관계가 굳건해질까.

대미 홍보예산까지 포함해 정부의 새해 총홍보예산안 규모는 1306억 원으로 올해보다 17.6%나 늘어났다. 한나라당은 “정책홍보가 아닌 정권홍보를 위한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하겠다고 하지만 “정부 보고 홍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일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노 대통령의 홍보관(觀)에 비춰 예산이 깎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홍보예산 또한 국민이 낸 혈세다. 정부가 홍보에 매달리느라 제 할 일을 못하거나 민생을 챙기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혈세 낭비는 그만큼 커진다. 노 정권은 홍보예산을 늘리기보다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고, 이행과정에서의 오류와 미숙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정부는 사고(事故) 치고 뒷감당은 국민이 하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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