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원수]정신질환자 가두는 것만이 대책인가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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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나?’

‘정신질환자도 사회에 보탬이 되나?’

보건사회연구원이 2년 전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1000여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 내용 중 일부다.

한국인은 당시 이 같은 질문에 각각 42%와 46%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반면 ‘정신질환자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뉴질랜드에서는 같은 질문에 각각 87%와 88%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각종 지표에서도 한국의 열악한 현실은 잘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 인구 1000명당 정신병원 병상 수 증가율이 0.41%를 기록했다.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이다. 정신질환자가 그만큼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들을 ‘손쉽게’ 병원에 가두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선진국은 환자의 정신병원 입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지역사회에 터를 잡고 있는 시설에서 재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사회 재편입’ 대상으로 보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재활보다는 수용 대상이고, 시설의 인권침해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일부 자치단체는 본보 취재팀의 정신요양시설 취재 요청을 완강히 거부했다.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시설도 이유는 달랐지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간판도 달지 않고 운영해 왔는데, 언론 보도가 나가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본보가 28, 29일자에 연재한 ‘정신질환의 그늘’은 사실상 선진국형 재활체계의 정비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 주는 ‘작은 보고서’였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의욕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숨은 천사’들을 만난 것은 위안거리였다. 시설 직원 중 한 명이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정신질환자의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만 탈출구는 있다고 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저는 오늘도 내일도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세상을 걸어갈 것입니다.’

사회를 대신해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기 전까지는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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