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민족 공조’를 외치고 뒤로는 적화(赤化)통일을 위한 대남(對南) 침투, 선전, 선동술의 일환으로 비밀지령이나 보내고 있으니 그 이중성이 새삼 가증스럽다. 국정원은 이 기간에 검거한 간첩이 모두 13명이라고 했다. 한 해 평균 3명 남짓을 잡은 셈인데 북의 대남 전략 전술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실적으로 과연 간첩 검거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못 잡은 것인가, 알고서도 안 잡은 것인가.
▷6·25전쟁 때 빨치산으로 국군 5명을 살해한 비전향 장기수 김영승(70) 씨는 7월 금강산에 다녀온 후 한 인터뷰에서 “평양에 가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남쪽에 남아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남아서 하겠다는 ‘일’은 무엇일까. 그와 같은 사람에게도 북의 지령은 내려갈까. 김 씨는 당국의 보호관찰처분 대상자이므로 지령을 받기까지야 하겠는가마는 남한 사회의 다른 친북(親北) 동조자들은 과연 어떨까.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통일 후 구(舊)동독 정보기관인 슈타지의 비밀문서를 통해 분단 시절 동독 정권에 협력했던 서독인 ‘비정규 정보원’ 2만여 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각계각층에서 서독 정부의 대(對)동독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나 결국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우리도 훗날 통일이 되고 난 후 평양의 문서보관소에 나온 비밀문서를 통해 북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때도 장기수 김 씨가 밝힌 것과 같은 ‘소신’이 통할 수 있을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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