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 노총’에 발목 잡힌 노동시장 선진화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택시사업자 단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그제 구속됐다. 그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된 뒤에도 수시로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택시조합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고 사측의 도덕성을 지적하며 큰소리를 쳐왔다. 그는 선명성을 앞세워 실질적으로 민주노총을 이끌어온 핵심 간부라는 점에서 ‘부패 노총’의 실상을 짐작할 만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비리 경쟁’을 하는 듯한 양상이다. 몇 달 전에는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권오만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도피중이다. 민주노총 산하 현대·기아자동차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은 ‘취직장사’를 했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2002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 측과 정치적 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두 노총은 반성은커녕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해 노-정(勞-政)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면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노조의 도덕성을 강조하자 노동운동 탄압이라며 장관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 노총이 정치 투쟁에 매달리는 바람에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지역 총회의 부산 개최가 무산되고, 비정규직 관련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은 논의조차 실종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각 평가한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래서는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노동자 권익도 기업의 활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노동계가 변해야 한다. 노총이나 노조 지도부가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조합원들이 불신임 결의라도 할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