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정부 도청’ 金은성 씨가 끝일 수 없다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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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의 김은성 국가정보원 차장이 직원들에게 불법 감청(도청)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김 전 차장은 당시의 청와대와 정치권에 넓고 깊은 인맥을 가졌던 인물이다.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검찰의 수사에서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김 전 차장이 관리한 도청 정보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를 규명하는 일이다.

김 전 차장의 재직 기간(2000년 4월∼2001년 11월)에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 씨와 신건 씨는 김 전 차장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전 차장이 자신만 알고 있기 위해 정치인 등에 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도청을 부하들에게 지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직속상관인 국정원장에게만 보고할 용도로 그런 도청 범죄를 감행했을 것으로도 믿기 어렵다. 또한 도청으로 수집한 정보를 보고 받은 사람이라면 설혹 보고자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이 ‘도청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정보’임을 몰랐을 리 있겠는가.

DJ는 집권 후 ‘도청 근절’을 누누이 강조했다. 당시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휴대전화 도청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도청 자체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공동담화문을 낸 일도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CAS)와 유선구간에서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잡는 R-2를 이용한 감청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DJ 정부는 “도청의 피해자였던 국민의 정부에서 도청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이었음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국정원에 의한 도청은 통신비밀과 사생활 보호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범죄다. 아직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살아 있는 국가범죄를 정치적 흥정이나 압력을 통해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인권을 침해한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없애는 법까지 추진하겠다는 노무현 정권 측이 DJ 정부의 도청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당시 도청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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