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한 서민 울리는 ‘휴대폰깡’ 성행

  • 입력 2005년 8월 17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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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휴대폰 대출’이 기승을 부리며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속칭 ‘휴대폰 깡’이라고 불리는 이 수법은 1백만 원 이하의 소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60~70만원대의 고가 휴대폰을 할부로 신규가입케 한 뒤,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현금을 주고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즉 업자는 새 휴대폰을 할부로 판매한 뒤 가입자 명의는 그대로 둔채 그 자리에서 싼 값으로 다시 구매해 주는 것.

이들은 유명 포털 사이트에 ‘누구나 쉽고 편리한 대출. 1년간 매월 5~6만원씩 갚으면 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그대로 믿고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 단말기 할부금 외 핸드폰 기본료, 가입비까지▽

누리꾼 ‘simyj0907’은 “핸드폰 대출로 60만원을 빌렸으나 나중에 240만 원을 갚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인터넷 광고를 통해 알게 된 대출업자로부터 휴대폰 3대를 신규 가입하고 60만원을 대출받았다. 1년간 단말기 값으로 190만원을 상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한 달 후 핸드폰요금고지서를 받아 본 그는 190만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말기 할부금에다 기본료와 가입비까지 더해진 것.

▽ 말만 대출이지 돈은 하나도 못 받아 ▽

또 다른 누리꾼은 “말만 대출이지 돈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4월 휴대폰 가입에 필요한 서류만 보내면 즉시 단말기 금액의 50%를 계좌에 넣어주겠다는 한 대출업체의 말만 믿고 신규가입계약서와 주민등록증 사본을 팩스로 보냈다.

그러나 약속했던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업체와의 연락도 두절됐다. 이미 70만원씩 하는 휴대폰이 자기 이름으로 세 개나 개설됐고 핸드폰 요금은 한 달에 십만 원씩 청구됐다.

이 같이 대출업자들에 의해 가로채진 휴대폰은 일부 대리점에 의해 수출용으로 혹은 또 다른 고객에게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구매했던 휴대폰은 ‘대포폰’으로 둔갑 ▽

‘troy1004’는 지난달 “쓰지도 않은 전화요금 200만원이 나왔다”는 고민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2005년 5월 한 인터넷 대출업체로부터 휴대폰 2대를 신규 구입하는 대가로 60만원을 빌린 후, 휴대폰 사용을 막기 위해 3일 만에 분실신고를 했다.

그러나 한 달 후 날라 온 요금고지서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국제전화요금이 1대당 100만원씩 부과됐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3일이면 100만원어치의 국제전화는 충분히 쓸 수 있다”며 “일부 악덕 대출업자들이 휴대폰을 외국인에게 팔아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법 ‘휴대폰 깡’에 각종 사기수법까지 더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나, 피해자는 불법 대출로 인한 처벌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대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 대리점에서 1인당 4대 이상의 휴대폰 개통을 차단하고, 일정금액 이상의 과다한 요금이 부과됐을 경우 이용을 정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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