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창호 학술기자와 金창호 홍보처장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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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날 학술전문기자로 일할 때 논술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많이 썼다. 당시 김 기자는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 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며 ‘학생들은 단순히 교과서 지식을 암기하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고 다양한 생각과 읽을거리에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앙일보 1999년 3월 10일자)

그랬던 그가 그끄제 “서울대가 과거 논술 비중을 높이라고 할 때는 최고점수와 최저점수 간 차이를 5점 정도밖에 주지 않아 변별력이 없게 하고는 이제 와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앞뒤가 안 맞는 쪽은 김 처장이다. 논술고사의 변별력이 낮은 것이 불만이었을 정도였다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환영해야 옳다. 미국이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논술을 도입하는 등 논술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김 처장은 “서울대 논술고사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강남권 일부 소수 계층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 때는 다양한 생각과 읽을거리에 접해야 한다던 그가 이제 와서 ‘서울대와 투기꾼과 서울 강남’을 엮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선동(煽動)의 기미를 느끼게 된다. 논술은 창의적 사고력과 분석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요령 위주의 학원 과외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

김 씨는 올봄에 창설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의 주임교수로 부임했으나 3주 뒤 국정홍보처장 제의를 받자 휴직하고 자리를 옮겼다. 대학 학사(學事)에 지장을 준 점은 별개로 치더라도, 국정홍보처장으로서 할 일은 따로 있다. 서울대 입시 방식은 국정홍보처의 소관 업무가 아닐뿐더러, 만약 사견(私見)이라면 ‘논술시험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했어야 일관성이 있다.

그럼에도 김 처장은 서울대를 향해 ‘비겁하다’는 독설을 날렸다. 모교인 서울대야말로 관료가 되자 주장이 달라진 그에게 ‘비겁하다’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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