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사회는 빼고 ‘부패와의 전쟁’ 하나

  • 입력 2005년 4월 11일 21시 03분


코멘트
역대 정부마다 부패와의 전쟁을 말해왔지만 마사회의 부정과 비리는 사라질 줄 모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현 정부 초기까지 마사회장을 지낸 윤영호 씨와 그 후임으로 올 2월에 사퇴한 박창정 씨가 뇌물비리에 연루됐음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정부 감독부처에서 내려온 ‘공기업 낙하산’의 문제점도 한꺼번에 드러냈다.

윤 전 회장은 시설관리 용역업체로부터 간고등어 상자와 곶감 상자에 담긴 뇌물을 13차례나 받았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접대를 한 것처럼 카드깡을 해서 챙긴 돈으로 자신의 여당 지구당 운영비에 쓰기까지 했다.

농림부 출신인 박 전 회장도 현금 상자가 간고등어와 곶감에서 초밥도시락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뇌물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사회장이 뇌물상자에 정신을 쏟는 판에 아래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바로 설 리가 없다. 몇몇 마사회 직원들도 협력업체에서 할부금 받듯이 정기 상납을 받았다고 한다.

경마가 연간 1600만 명이 즐기는 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아 5조 원을 웃도는 연간 매출을 기록하는데도 경영이 투명해지기는커녕 얼마 전까지 승부조작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마중계권과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뇌물비리도 여전하다. 자리의 특권과 비리의 단맛에 빠진 낙하산 회장에게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을 거스르며 개혁을 추진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약점이 많다 보니 관련기관에 ‘고물’을 뿌리기에 바빴다. 사설(私設)경마 비리를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경찰에 위로금을 건네는 행태까지 있었다. 이익금은 문화 사회 체육 지원금으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에 따른 나눠 먹기식 사업도 적지 않다.

정부가 이런 마사회를 그대로 둔 채 ‘부패와의 전쟁’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뭐든지 ‘개혁’을 걸어 규제를 덧씌우면서, 곪아터진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못 대는 정부를 개혁적이고, 도덕적이고, 선진적인 정부라고 믿고 기댈 국민이 얼마나 많겠는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