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수]‘내집 늘리기’ 서민의 꿈 헤아려야

  •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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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정경제부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의 폐지를 포함해 각종 비과세 및 감면 제도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내용의 ‘중장기 세제개혁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우리나라 세법에 산재한 수많은 비과세 감면 조항은 과세의 형평성을 해치고, 이로 인하여 ‘간단하고 명료한 세법 체계’를 구축하여 조세에 대한 납세자의 순응도(順應度)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유리 지갑’을 소유한 월급쟁이들은 매월 꼬박꼬박 소득세를 내지만, 어떤 사람은 주택을 양도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음에도 1가구 1주택이라는 이유로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 ‘조세 형평의 정신’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주택을 양도할 때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되는데 1가구 1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이러한 신고 의무가 없으므로 매입자가 이를 허위로 신고해도 과세 당국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실거래가에 따르는 거래세제를 정비하기 위해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1주택 양도세’ 숙고 필요▼

그러나 정부는 기존 제도의 폐지에 앞서 이 제도가 가지는 함의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1가구 1주택에 대한 비과세제도는 과거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에 상당히 기여하여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글세에서 전세로 전전하다 작은 집을 구입하고 몇 년 후에는 좀 더 넓은 집을 구해 아이들에게 공부방을 줄 수 있다는 희망에 우리 모두 가슴 벅차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에 대한 비과세는 ‘서민들의 건전하고 소박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 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1가구 1주택은 단순히 재산적 가치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한 가족을 단위로 하는 생활의 중심이자 개인의 인격과 프라이버시가 실현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는 일반 토지나 여타의 재산에 비하여 인간이 직접 거주하는 택지나 주택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의 권한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인격적 재산권’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래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부과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에 대한 침해를 가져올 우려는 없는지, 자식들에게 좀 더 쾌적한 공간을 주려고 배려하는 부모의 소박한 행복추구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상당한 기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이 있을 때마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춘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취득세와 등록세의 세율이 다소 인하된 것 이외에 국민의 ‘세통(稅痛)’과 생활고를 덜어 주려는 조세정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올해 들어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고 내년부터 취득세와 등록세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매겨지게 되면 세율 인하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거기에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까지 부과되면 부동산 거래는 크게 위축되고 서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행복추구의 권리’ 존중을▼

미국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존 마셜 판사는 “국가의 과세권은 개인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국가의 과세권은 정의를 실현하는 칼이 될 수도 있지만 납세자의 자유를 말살하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일갈한 것이다. 이제 정부는 세금을 거두기 전에 국민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우선적으로 살피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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