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용]‘부동산 세제강화’ 서민이 힘들다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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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다. 정부가 목표로 했던 ‘시장가격(시가)의 90%’를 넘어 91%에 이르게 됐다. 공시지가는 일반적인 토지거래의 기준이 되므로 이의 인상과 함께 토지 관련 세금이나 부담금의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시지가를 시가에 근접시키는 정책은 물론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목적이 투기 억제에 집중됨으로써 더 큰 손실을 초래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민간 경제주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언 고기를 끓는 물에 바로 집어넣는 요리 방법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공시지가를 지난해 19.56% 올린 데 이어 올해 또 26.25% 올린 것도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토지 거래로 인한 이득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흡수함으로써 이른바 투기적 거래 유인(誘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 억제를 위한 세제 강화에 따른 손실이 이득을 초과할 수도 있다.

우선 특정 부동산 거래가 투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실수요에 의한 것인지를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만절(晩節)을 봐야 초심(初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어떤 거래가 투기적 동기에 의한 것임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투기 행위는 그러한 토지의 미래 가치 변화를 알리는 시장 정보를 창출하는 역할도 하므로 이를 봉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토지 이용에 대한 시장 평가를 차단하여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는 부동산 세제 강화 등에 따른 세금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다. 세제 강화로 투기는 잠잠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세 부담은 날로 늘어가고 건설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세 부담을 짧은 기간에 크게 올린다면, 이는 투기라는 빈대를 잡기 위해 서민의 주거지인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세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취득세 및 등록세와 같은 거래세는 물론 보유세도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제 강화의 목적이 정부의 재정 확충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상반된 두 얼굴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금을 높여 투기 억제를 시도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원가연동제 등으로 의도하지 않은 투기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 강화가 투기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장 침체라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원가연동제는 주택 공급을 감소시키고 분양 전후의 차익을 얻기 위한 투기를 제도적으로 조장한다는 점에서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건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토지의 경우 바다를 계속 메워가지 않는 한 그 절대적인 공급량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토지의 용도를 적절히 변경함으로써 상대적 공급을 늘릴 수는 있다. 분양가도 완전 자율화함으로써 수요의 변화에 따라 공급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급의 증가 없이 항구적으로 잠재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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