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용]‘유비쿼터스 핸드’보다 똑똑한 ‘시장’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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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일반인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정부의 정책지원을 받은 중소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영실적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을 받은 기업이 ‘내년에 또 자금을 빌리면 되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기술개발 등을 게을리 한 탓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었다.

이는 시장을 잘 모르는 정부의 정책결정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 관료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유비쿼터스 핸드’라고 지적했다. 유비쿼터스 핸드란 ‘언제 어디서나 시장에 개입하는 손’이란 뜻.

사실 한국에서 유비쿼터스 핸드의 시장왜곡 사례는 끝이 없다.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정부 방침에 따라 출렁거렸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방침을 내놓으면 가격이 급락하고 규제 시행시기가 미뤄지면 가격이 반등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

서울 강남구의 한 중개업자는 “이른바 ‘큰손’들은 정부 규제책이 나올 때 급매물을 사고 규제가 느슨해질 때 되팔아 큰 차익을 누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에 주력하자 재계는 “시장 감시에 맡겨야 할 사항까지 일일이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정부개입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보다는 정부의 실패만 확산하는 셈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당연한 행위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여러 사람의 이익과 부합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업자 등이 자비롭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비쿼터스 핸드’보다 ‘시장의 손’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 때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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