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원암]경제 섣부른 낙관 경계해야

  • 입력 2005년 1월 2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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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땅에도 봄은 오는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하던 코스닥 주가가 연초부터 20% 이상 급등하고 종합주가지수도 900선을 돌파했다. 한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기 시작하고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회생에 주력하겠다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증시와 실물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연초부터 출발이 좋다’고 했다. 정부는 각종 경제 활성화 조치로 작년과 비슷한 연 5%의 성장세를 유지함으로써 올해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훈풍이 계속돼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장기불황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훈풍의 진원지는 주식시장이다. 정부가 작년에 벤처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3만 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불이 붙었다. 아울러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작년 순익 규모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가 활기를 찾았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 정책 등을 통해 건설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지나친 반등은 지금까지 여러 번 보았던 것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경제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2000년의 코스닥 시장 급등은 벤처의 새 시대를 열기보다 결국 한바탕 투기로 끝났던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원화가 절상되면서 경기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 요충지가 갑자기 달아오르던 기억도 생생하다. 시장 기초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 시장의 과열을 방치하면 오히려 경제회생에 방해가 되므로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상승세는 사실 작년부터 예측된 일이다. 많은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작년보다 낮은 연 4%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올해 연 4%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지난 2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가 깨어나야 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소비심리 회복은 경제전망 기관들의 예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내수가 회복된다고 성급하게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수출이다. 작년 수출이 워낙 좋았기에 올해 수출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지만 수출시장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수출이 감소세로 출발하고 있음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이 취약해지고 경제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장기불황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초부터 출발이 좋다며 낙관하기보다는 모처럼 마련된 내수회복의 불씨를 잘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중반기를 맞아 민생안정을 기반으로 개혁을 원칙에 맞게 추진하며 단기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 확충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우리 경제는 이와 반대로 갔다.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지난 1년의 경제운용을 반성하고 균형과 절도 있는 정책을 펴나갈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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