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마가 끼었다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7시 51분


좌변에서 흑이 패를 이기며 여러 군데 빵따냄한 모양이 두텁다. 하지만 주변 백이 단단하기 때문에 빵따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흑이 크고 작은 실수를 여러 차례 되풀이한 것에 비하면 백도 크게 앞선 게 아니다. 전보에서 팻감으로 백 ○을 사용한 것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흑은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흑 97, 99가 좋은 수. ‘가’에 끼어붙이는 수를 엿보며 차분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흑 ‘가’는 의외로 강력하다. 만약 백이 102로 보강하지 않고 참고 1도 백 1처럼 실리를 차지하려고 하면 흑 8∼12의 수단으로 백이 곤란하다.

백 104에 손이 돌아와서는 여전히 백이 앞선 형세. 하지만 흑도 111을 선수하고 흑 119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백 120. 평범한 선수 활용으로 보이는 이 수가 검토실의 지적을 받았다. 흑을 따돌려야 할 시점에서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참고 2도 백 1로 붙이는 게 맥점이다. 흑 2로 반발하면 백은 7로 내려서는 수가 선수여서 흑 귀를 도려내며 산다.

따라서 흑은 참고 3도 흑 2로 물러서야 하는데 백은 3에 둬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 6단의 기량이면 참고 2, 3도의 백 1은 한눈에 볼 수 있는 수. 이렇게 쉬운 수를 놓칠 때 ‘마(魔)가 끼었다’고 프로기사들은 말한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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