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Made in USA’…美, 진짜 ‘대통령’은 개인주의

  • 입력 2004년 9월 3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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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은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은 자기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존재보다 친근한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난해 10월 새크라멘토시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기 소르망은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은 자기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존재보다 친근한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난해 10월 새크라멘토시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Made in USA/기 소르망 지음 민유기·조윤경 옮김/335쪽 9900원 문학세계사

이 책의 저자인 기 소르망은 2001년 9·11테러가 발발하자 단 이틀 뒤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다음 전장은 카불과 바그다드 어디쯤이 될 것이다. 미국은 승리를 거둘 때까지 행동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미국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꿰뚫고 있음은 오래지 않아 증명됐다.

이 책에서 독자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유럽인 문명비평가가 미국 문명을 전면 측면 후면에서 훑어보는 시선을 만나게 된다. 먼저 요약하자면, 미국인에게 압도적으로 우월한 가치는 ‘개인’이다. 개인은 신과 동일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어느 것도 개인을 방해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왜 미국에서는 사회주의가 실패했을까. ‘냉전의 영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는 권력자나 우월한 존재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했던 유럽 사회의 산물이다. ‘나’의 문제를 대신 맡아주는 귀족이나 상위계급은 애초부터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이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미국적 전통과 사회주의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기 소르망

그런 만큼 국가는 개인의 삶에 상관하지 않을수록 좋다. 미국에서 대규모 임대 아파트는 찾기 어렵다. 유럽에서는 시 당국이 시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마련해 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필요한 만큼만의 권한을 시 당국에 양도한다. 이런 ‘개인 제일주의’는 때로 모순적으로 보인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나라가 왜 사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을까. 국가가 간섭을 하지 않는 대신 개인은 자기 행동에 확고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종교조차도 미국에서는 개인의 문제다. 미국의 목사와 신부, 랍비와 주술사는 ‘신을 내 안에서 발견하라’고 가르친다. ‘나를 사랑하는 신’에 대한 감사보다 ‘내가 신을 사랑한다’는 희열이 강조된다.

반면 미국 사회는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종교적이다. 미국의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마저도 종교적 배경을 짙게 깔고 있다. 국가 수립 이래의 기독교주의와 합리적 이신론(理神論)이 각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근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선거 때마다 낙태 금욕 동성애 가족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도 이러한 기독교주의와 이신론의 대결 때문이다.

이 책은 최근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동시 출간됐다. 저자가 한국을 중요시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염려가 남는 것은 바로 한국과 관련된 10장 ‘제국적 민주주의’ 부분이다. 저자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통틀어 ‘반미적’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전제 없이 ‘한국인들은 미국이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믿는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는 저자가 해외언론에 소개된 한국의 이미지만 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우리에게 친숙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런 ‘표피성’은 책과 저자 일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요인이다. 원제 ‘Made in USA’(2004년).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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