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 언론도 우려하는 수도 이전

  •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49분


정부가 서둘러 신행정수도 최종입지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거세다. 반대 여론은 지난 두 달간 명분, 실효성, 입지, 비용, 안보, 국민적 합의 등 사안별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이어 전통 풍수(風水)에 입각한 새 입지의 취약성과 망국(亡國)으로 연결된 고구려와 백제의 무모한 남천(南遷) 및 정략적 목적으로 천도를 도모한 궁예, 묘청의 몰락 등 역사적 문제 제기로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수도 이전을 현 정부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비화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외국의 권위 있는 언론이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의 수도 이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해나 정략의 당사자가 아닌 데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내지 퇴진을 염두에 두었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엄청난 이전비가 경제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수도 이전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또 “서울의 독점적 지위를 끝내기 위한 계획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거대 제조 금융회사들이 새 수도로 본사를 이전할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칼럼니스트의 글을 통해 “경제가 3년 이래 가장 비관적인데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새 수도를 건설하기보다 지금의 수도를 더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정부는 겸허하게 외국 언론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동안 친정부적 입장을 취해 온 국내 언론도 더 많은 합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 않는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내고 순서와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요 국정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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