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심리검사 및 홍 교수 면담
“학교에 가보면 원일이 책상이 제일 어지러워요. 집에서도 책상 서랍이고 뭐고 다 뒤집고 자기 물건도 잘 잃어 버려요.”(걱정스러운 얼굴의 김군 어머니)
김군은 어머니 옆에 있다가 진료실 안에 널려 있는 각종 장난감을 보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부산스럽게 놀기 시작했다.
“2시간에 걸친 심리검사를 통해 김군의 지능과 집중력 주의력 정도를 알아볼 거예요. 또 혈액과 소변검사로 다른 질환의 여부도 검사할 겁니다.”(홍 교수)
첫날 홍 교수는 김군과의 단독면담을 통해 집안문제, 학교생활, 교우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면담과정에서도 김군은 홍 교수의 책상에 올라가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심리검사 때도 김군을 달래면서 겨우 마칠 수 있었다.
○ 둘째 날 검사결과와 처방
“지능은 정상범위에 속하며 학습 능력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어요. 즉 눈치가 없다는 것이지요.”(홍 교수)
홍 교수는 심리검사와 면담결과를 통해 김군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했다.
“산만하고 눈치가 없는 행동은 앞으로 김군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요. 또 자신을 보호하려는 반응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어요.”(홍 교수)
홍 교수는 ADHD 아이는 대개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교우관계도 좋지 못해 나중에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이가 4세 때부터 유아원을 다녔는데 이때 산만한 아이들과 함께 놀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김군 어머니)
“그렇지 않습니다. ADHD는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유전적인 영향이 강해요. 대부분 태어나면서 이미 갖고 있습니다.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아요.”(홍 교수)
“ADHD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예요. 부모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산만한 아이에 대한 양육법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세요. 일주일에 한번씩 두 달 동안 하는 교육인데 도움이 될 겁니다.”(홍 교수)
“약물 치료라면 머리를 좋게 한다는 약인가요. 마약이라서 위험하다고 들었는데….”(김군 어머니)
“그렇지 않습니다. 메칠페니데이트라는 이 약은 커피와 같은 각성제의 일종으로 ADHD 아이에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요. 머리를 좋게 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지요. 또 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마약류로 분류됐지만 지금까지 처방을 받아 복용한 아이들에게는 중독과 같은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어요.”(홍 교수)
다만 이 약은 불면증이나 식욕억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아이에게 가장 적정한 용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홍 교수는 언급했다. 또 정상적인 아이들이 복용하면 환청과 환각이 동반된 정신분열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일주일 뒤 다시 와서 용량을 조절해야 됩니다. 이후 6개월 정도 복용한 뒤 아이가 어느 정도 좋아졌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약물치료를 하면 70∼80%는 좋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홍 교수)―끝―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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