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분배를 하려면…

  • 입력 2004년 5월 1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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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1년에 네 번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이라는 자료를 발표한다. 농어가를 제외한 도시가구(2인 이상)의 가구주 3600명이 매달 꼼꼼히 수입과 지출명세를 기록한 ‘가계부’를 근거로 만든 자료다.

그런데 여기에는 요즘 정치권에서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분배’의 형평성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소득 최상위 계층 10%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계층 1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10분위 배율’이 그것이다. 이 수치가 크면 클수록 분배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통계청이 올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0분위 배율’은 8.93으로 전년도 8.25보다 크게 증가했다. 한마디로 분배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소득 10분위 배율’은 1998년에 9.33에서 2000년 8.85, 2002년 8.25 등으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였다.

왜 이렇게 됐을까. ‘비밀’은 성장률에 있다. 1998년은 외환위기 직후로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했던 해였다. 또 분배구조가 다시 악화된 지난해 성장률도 3.1%로 추락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률과 분배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저소득층 일자리가 많아져 소득이 높아진다. 반면 경기가 추락하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 ‘한계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

아예 근로능력이 없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지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올해 빈곤층에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해 3조643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지원을 받는 빈곤층은 150만명에 그친다. 실제로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빈곤층은 이보다 훨씬 더 많지만 정부는 ‘돈’ 때문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결국 경기가 살아나고 성장률이 높아져 세수(稅收)가 늘어나지 못하면 ‘분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반(反)개혁론자로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어떤 길이 ‘분배 개선’과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진정한 해법인가.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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