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허영/선거제도 개선 시급하다

  • 입력 2004년 4월 2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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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결과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왔다. 그렇지만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를 비교 분석한 평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는 분석과 평가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의민주정치는 결과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정치 형태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의석 분포 못지않게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도 결코 소홀하게 다뤄서는 아니 된다.

▼의석수-득표율 격차의 의미는▼

지역구 정당별 득표 상황에 따르면 야 4당이 여당에 대해 표에서는 이기고(득표율 52.7% 대 41.9%) 의석수에서는 지는(111 대 129) 불합리한 바이어스 현상이 나타났다. 243명의 지역구 의원 중에서 109명을 뽑는 수도권의 경우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가 현격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 전체 481만여표 중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득표 차는 7만4714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의석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두 배인 32석을 차지했다. 인천의 경우 전체 106만여표 중 두 당의 득표 차는 5만9809표인데 의석에서는 3배(9 대 3)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기의 경우에도 전체 436만여표 중 21만8717표의 득표 차가 2.5배(35 대 14)의 의석 차로 나타났다. 부산 대구 울산 경남북의 경우에는 반대로 열린우리당이 평균 30.7%의 득표율에 훨씬 못 미치는, 68석 중 4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후보자의 득표율과 의석수가 이처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인 선택을 충실하게 의석수에 반영하는 합리적인 선거제도가 아니다. 정당민주정치 선진국에서는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최소화하고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의석 배분을 통해서 지역구 사표(死票)로 생기는 차이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정당별 의석분포가 국민의 정당 지지도와 어느 정도 비례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번에 처음으로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56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배분을 통해서 지역구에서 나타난 불일치를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당투표에서 얻은 38.3%와 35.8%의 득표율에 따라 각각 23명과 21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 받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생긴 득표율과 의석수의 크나큰 불일치를 완화하지는 못했다.

17대 국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그 어떤 정치개혁 과제보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하도록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의가 왜곡 반영된 의석 분포로 국회가 정책 결정을 할 경우 결코 국민의 뜻에 부합되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우선 지역구 의원을 뽑는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지금의 3 대 1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인 2 대 1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의원 수를 국회의원 정원의 2분의 1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정당별 지지도가 국회의 의석분포에서 균형적인 비례관계로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이는 정당 대의민주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득표율 民意’ 소중히 다뤄야▼

이번 선거 결과는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치가 국회의 의석분포에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다. 왜곡된 의석수만을 기준으로 여당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하면서 자만하는 것은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정확하게 읽는 것이 아니다. 의석에서는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표에서는 야당이 과반수를 얻었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아니 된다. 여론조사를 좋아하는 참여정부이기에 선거에서 표로 나타난 국민의 뜻 이상의 신빙성 있는 여론조사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의석수와 득표율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총선의 양면적인 의미를 바르게 인식해 겸손한 자세로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하기 바란다.

허 영 명지대 초빙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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