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플]이준상 여행의학회 회장

  • 입력 2004년 3월 14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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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 해에만 712만 명의 한국인이 해외를 다녀왔다. 이제 해외여행은 일부 계층만 향유하던 문화가 아니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게다가 주5일 근무를 시행하게 되면 해외여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여행의학도 ‘대중화’됐을까. 아쉽게도 아직 국내의 여건은 그렇게 좋지 않다.

최근 대한여행의학회가 발족했다. 해외여행 중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건강문제를 연구해 예방과 대처법을 찾으려는 단체다.

이준상 초대회장(61·고려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사진)은 “학술단체라기보다는 교육 및 계몽단체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일반 여행객과 여행사를 대상으로 여행의학에 대한 교육 실시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항공사 제약회사 여행단체 등에서 고루 회원을 영입했다. 의료인은 25%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국내에 알려진 여행지의 전염병 정보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가령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중국에서는 또 하나의 전염병이 나돌았다.

바로 광견병. 545명이 감염돼 490명이 숨져 치사율은 90.1%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을 여행하는 국내인 중 이런 사실을 안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에 어떤 병이 창궐하는지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전염병 정보는 벌써 10년 전의 것.

따라서 이 회장은 오지탐험 등 최근 늘어나는 ‘테마여행’을 걱정했다.

현지 정보가 없는데다 예방약을 먹더라도 어떤 약을 어떤 방식으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예방약을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굳이 오지가 아니더라도 여행의학이 필요하다.

만약 여행 도중 탈이 났다고 가정하자. 응급처치부터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처럼 119로 전화를 할 수도 없고 말도 안 통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이 회장은 여행객은 물론 여행사도 여행의학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을 안전하게 모시려면 질병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여행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여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지의 전염병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여행지를 변경하는 등 비상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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