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스포츠카페]16년간 한국 알파인스키 ‘장기집권’ 허승욱

  • 입력 2004년 2월 22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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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체육대회가 열린 무주리조트에서 아내 배원경씨(26)와 함께 포즈를 취한 허승욱. 그는 카페에서 배씨를 우연히 만나 무작정 대시해 3년여의 열애끝에 지난해 5월 결혼했다고. 스키와 결혼했던 허승욱은 이제 아내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무주=김상수기자
동계체육대회가 열린 무주리조트에서 아내 배원경씨(26)와 함께 포즈를 취한 허승욱. 그는 카페에서 배씨를 우연히 만나 무작정 대시해 3년여의 열애끝에 지난해 5월 결혼했다고. 스키와 결혼했던 허승욱은 이제 아내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무주=김상수기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던가.

제8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마지막날 경기가 열린 20일 무주리조트. 허승욱(31·피코스포츠)을 만난 것은 그가 오전에 열린 알파인 스키 일반부 회전에서 넘어져 실격당한 뒤였다.

그는 “스키선수가 넘어지는 건 다반사”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날 강민혁(단국대 졸업)이 대학부 4관왕으로 동계체육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면서 둘의 명암은 엇갈렸다. 더구나 기록도 강민혁이 모두 허승욱을 앞섰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이제 한국 알파인 스키의 ‘허승욱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허승욱의 목소리는 밝았다. “요즘은 스키 탈 맛이 나요. 경쟁자들이 있잖아요. 나하고 국가대표의 김영철(경기도스키협회) 강민혁 지영하(광주스키협회)가 엎치락뒤치락하거든요.”

가수 하면 조용필을 떠올리듯 스키 하면 허승욱이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이름. 그가 너무 뛰어난 건지, 아니면 그를 이을 후계자들이 없었는지 허승욱은 중학교 2학년으로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87년부터 16년간 한국 알파인 스키를 ‘장기집권’했다.

“실력차가 너무 났다고 봐야죠. 예전엔 내가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들어가도 1등할 정도였어요. 그게 말이 되나요. 그만큼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졌죠.”

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인 허승은과 함께 남매 선수로도 유명한 허승욱은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의 피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허길남씨(61)와 어머니 정숙현씨(55)가 모두 스케이트 선수출신이었던 것. 자연스럽게 허승욱은 어릴 때부터 겨울스포츠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스케이트 선수가 되길 원했으나 아들은 스키가 타고 싶었다.

“원래 스케이트 선수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종목을 스키로 바꿨죠. 스케이트는 힘들고 재미 없더라구요. 그래서 졸랐더니 아버지가 ‘스케이트 대회에서 입상하면 종목을 바꿔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춘천 공지천에서 열린 백곰기대회에서 2등을 하고 스키로 바꿨어요.”

허승욱에게 동계체육대회는 각별하다. 처음 참가한 86년 용평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부터 이번 85회 일반부 대회전까지 무려 41개의 금메달을 거뒀다.

“같이 경쟁할 만한 선수들이 없었어요. 기록이 5초에서 10초 정도 차이가 났거든요. 그러니 내 기량이 발전할 수가 없었죠.”

그가 독주할 수 있었던 것은 훈련량 때문. 허승욱은 “놀고 운동 안 하는데 1등을 할 수 있냐”며 “겨울엔 국내에서 스키를 탔고 여름에는 체력운동과 해외전지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1년 365일 스키만 생각했고 매일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99년 강원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2관왕에 오른 걸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허승욱은 “가장 아쉬운 점은 월드컵 30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스키어들은 올림픽보다 월드컵을 우선으로 치거든요. 올림픽에선 98년 나가노대회 때 회전에서 22위도 해봤어요. 하지만 월드컵에선 한번도 30위 안에 못 들었죠. 가장 좋았던 성적이 99∼2000시즌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44위(회전)예요. 월드컵에선 1차시기에서 30위 안에 든 선수들만 2차시기에 뛸 수 있는 데 한번도 2차시기에서 뛰지 못했다는 얘기죠.”

허승욱은 지난해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였다. 국내대회엔 출전하고 있지만 선수생활은 내년까지로 잡고 있다.

“운동을 그만 두면 스키 클럽을 운영하며 내가 배운 기술을 어린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지도자로 대표팀에도 합류할 기회도 생기겠죠. 뭘 하든 쿨(cool)하게 살 겁니다.”

무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허승욱은 누구?▼

△생년월일=1972년 4월25일생

△체격조건=1m73, 88kg

△출신학교=수원 남창초등-연무중-수성고-연세대

△가족관계=부 허길남씨(61)와 모 정숙현씨(55)의 1남1녀. 부모 모두 스케이트 선수 출신, 여동생 허승은(31)은 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스키시작=4세 때. 본격적으로 입문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주요 경력=동계체전 금메달 41개. 99년 강원동계아시아경기대회 슈퍼대회전과 회전 금메달, 88년 캘거리대회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까지 동계올림픽 5회 연속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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