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몽골 비사'…몽골인이 쓴 유일한 몽골제국 역사

  • 입력 2004년 1월 16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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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비사/유원수 역주/554쪽 3만2000원 사계절

몽골 제국에 관한 3대 역사서 중 유일하게 몽골인의 손으로 씌어진 ‘원조비사(元朝비史)’의 완역본이다. 이란인에 의해 씌어진 ‘집사(集史)’와 중국인에 의해 씌어진 ‘원사(元史)에 비해, ‘원조비사’는 칭기스 카한의 측근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자신들의 목소리로 서술한 것이다. 칭기스 카한은 중세 몽골어 발음을 현재 한국어로 표기한 것.

이번에 발간된 한국어판에는 몽골어 원문 전체가 라틴어 표기로 수록돼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현재 전해지는 것은 원말명초(元末明初)에 한자로 기록된 ‘원조비사’뿐. 역주자가 한자로 음사(音寫)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원어를 재구성한 것이다. 중국어의 음운 변천에 통달하고 중세 몽골어를 한국어 수준으로 이해해야만 가능한 이 작업을 위해 역주자는 20여년을 바쳤다

그의 덕택에 독자들은 칭기스 카한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구름 낀 밤/ 천창이 있는 나의 집을/ 둘러싸고 누워/ 나를 편히 잠들게 하고/ 이 자리에 이르게 한/ 나의 노병 숙위들!…/ 나를 높은 자리에 이르게 했다./ 움직이고 있는 눈보라 속에서/ 떨리는 추위 속에서…/ 잠도 못 자고 서서/ 나의 심장을 쉬게 한/ 성심의 나의 숙위들!/ 나를 기쁨의 자리에 이르게 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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