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리운전 '초보' 판친다…지리몰라 우왕좌왕

입력 2003-12-02 18:55수정 2009-10-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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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는 A씨(48·대구 수성구 파동)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고 심기가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술자리를 끝낸 뒤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했지만 집 부근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되었기 때문.

지난달 28일 손님과 저녁식사를 한 뒤 밤늦게 까지 술을 마신 A씨는 평소와 같이 대리운전자를 호출했다.

30여분 뒤 약속장소에 도착한 ‘대리운전자’는 A씨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대형 승용차를 어떻게 운전해야하는 지를 몰라 허둥대기만 했다. 뒷좌석에서 앉아 있던 A씨는 이를 보다 못해 운전석에 앉아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승용차를 출발시키는 법을 간단하게 가르쳐 주었다.

승용차가 출발했으나 20여분이 지난 뒤 A씨는 다시 난처한 순간을 맞이했다. 시내 지리에 서툰 대리운전자가 차를 몰면서 집 부근의 도로를 방황하기 시작한 것.

A씨는 이를 보다 못해 도로에 차를 세우게 한 뒤 대리운전 비용 2만원을 지불하고 거리가 얼마 되지 않은 집까지 차를 몰았다.

그러나 A씨 앞에는 더욱 황당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 부근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던 경찰이 A씨의 승용차를 세웠다. ‘대리운전을 이용했으며 집까지는 불과 50여m에 불과하다’는 A씨의 하소연을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혈중알콜농도 0.19%의 수치가 나온 A씨는 졸지에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벌금까지 물게 됐다.

A씨는 “벌금도 벌금이지만 앞으로 1년간 손수 승용차를 몰지 못해 손님접대 등에도 큰 지장을 받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대리운전자로 나선 ‘초보’들로 인해 황당한 체험을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역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에는 현재 70여개의 대리운전 업체가 영업 중이다.

그러나 연말을 맞아 대리운전 이용자들이 늘면서 일부 업체들이 운전에 서툴고 지리에 어두운 대학생이나 주부, 실직자 등을 마구잡이로 고용,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안겨주는 일이 잦다는 것.

지역의 대리운전 업체는 전체의 60∼70%가량이 아르바이트생 등 임시 종업원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20세 이상 운전면허만 소지하고 있는 자는 아무나 고용, 하루 일당 2만원 가량을 주면서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불경기로 대리운전 이용자들이 줄면서 정식으로 채용된 직원들을 내보내고 일당을 지급하는 종업원들을 고용, 서비스 등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W대리운전 대표 김모씨(40)는 “우리 회사는 대리 운전자를 고용할 때 외모와 학력, 운전경력 등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차종별 운전법과 지리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운전경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을 시키고 있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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