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효율 예산은 ‘세금 도둑’이다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29분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되자 각 상임위원회가 증액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합치면 정부안보다 7조원이나 많다. 건설교통위원회에서만도 2조원 이상 늘리려는 모습에서 ‘선심성 지역구 예산 챙기기’의 구태를 다시 보게 된다. 총선을 염두에 둔 ‘선거 운동용’ 성격이 짙다.

예산은 세금이다.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은 해마다 늘어 납세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내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조세부담률(올해 22.8%)은 일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사회보험과 연금까지 합친 국민부담률은 이미 작년에 28%에 이르렀다. 4인 가족 가구당 연간 1400만원을 국가에 바친 셈이다.

경제 튼튼히 하기와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 투자되고 생산적으로 쓰이면 국민의 세금 고생에 값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과 특정 정당 및 소수 정치인들의 인기를 위해, 그리고 이에 편승한 지역 이기주의와 정부부처 이기주의를 채우기 위해 왜곡 지출되면 반(反)국민적 세금 낭비가 커진다. 또 예산의 무분별한 증가는 그만큼 민간부문의 투자 여력을 줄여 경제의 활력을 좀먹는다.

그런 점에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면 국민 세금이 도둑맞는 결과가 되며, 정치권의 예산 선심은 국민 전체에게 약이 아닌 독이라는 사실을 납세자와 유권자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가 이 같은 점을 중시해 국회의 예산심의에 대해 펴고 있는 감시활동은 국민의 호응을 받을 만하다. 경실련은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서만도 50개 사업 2조원 이상이 낭비성이라며 삭감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밀실 흥정을 통해 예산을 ‘나눠 먹고 끼워 넣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그보다는 국민의 세금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소비성 예산을 줄여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하는 노력과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 또한 국민을 대신해 예산편성에 대한 밀착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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