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

  • 입력 2003년 11월 7일 17시 15분


코멘트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옮김

/356쪽 9800원 시공사

여행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시작해 옳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회의를 지나 다른 문화와 사람에 대한 관용을 배워 가는 것이라 한다.

마크 트웨인(1835∼1910)은 방랑과 모험을 좋아해 평생 총 5권의 여행기를 썼는데 이 중 서른 두살이던 1867년 관광 유람선을 타고 유럽 이스라엘 이집트 등지를 여행한 뒤 쓴 ‘The Innocent Abroad or The New Pilgrims Progress’(2000년 범우사에서 ‘마크 트웨인 여행기’란 제목으로 출간), 1878년 독일 스위스를 도보로 여행하고 쓴 ‘Tramp abroad’(국내 미출간), 증기선을 타고 적도를 여행한 뒤 쓴 ‘Following the equator’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중 적도 여행기 ‘Following the equator’를 번역한 것이다. 그는 60세인 1895년,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뉴질랜드 스리랑카 인도 남아프리카를 1년간 여행하고 이 책을 썼다.

작가는 이즈음 사업 실패로 파산 상태였다. 경제적 파탄과 몸의 쇠약에도 불구하고 책의 서두에 ‘유쾌하게 살자. 그래야 삶이 적막해지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듯이 시종일관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이국 풍물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 모험가 기질이 잘 드러난다. 퀸즐랜드의 가혹한 노예잡이, 오스트레일리아 상어잡이, 힌두교 야간 결혼식, 조로아스터식 장례식,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채굴 등 지구촌 곳곳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 소개된다.

이 책은 단순 기행문이 아니라 짧으면서도 리얼한 문체, 위트와 풍자를 섞은 특유의 페이소스를 곳곳에 깔면서 성찰과 의식의 고양을 담은 문명비평서. 원시성을 벗지 못한 제3세계 원주민들이 식민지배와 문명화로 어떻게 변질돼 가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했다.

원본은 700쪽이 넘지만 번역판은 약 3분의 1을 덜어낸 분량이다.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전체 흐름과 연결되지 않는 사족, 일화 등을 뺐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